회사 지하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다
회사 지하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다. 처음엔 장난처럼 느껴졌다. 월요일 아침, 출근 인파가 몰리기 직전 지하 주차장 쪽에서 올라오던 엘리베이터가 1층 도착 알림도 없이 ‘딸깍’ 하고 딱 멈춰 버렸거든. 버튼은 그대로 반응했는데, 문이 열리지도 않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떨리기만 했다.
나는 그날도 지하에서 회의 장비를 챙겨 올라가려다 이상함을 느꼈다. 1층에서 대기하던 직원 둘이 “또 고장 났나” 하고 웃었는데, 웃음이 오래가진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 스피커가 아주 작게 긁히는 소리를 내더니, 누가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문제는 그 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느낌이 아니라, 1층 천장 쪽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는 거다.
그 뒤로 일이 자주 났다. 정확히는 ‘지하에서 올라올 때’만. 엘리베이터가 2층이나 3층으로 가는 건 괜찮았는데, 1층으로만 오면 멈췄다. 관리팀에 연락하면 “전기 계통 문제일 수 있다” “센서가 민감하다” 같은 말만 하고, 점검표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도 다음날이면 또 멈췄다. 누가 일부러 고장 내는 건가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비슷했다.
처음 며칠은 직원들도 피곤해서 그냥 넘어갔다. 대신 다들 엘리베이터를 탈 때 1층 버튼을 눌렀다가, 마음이 바뀌면 그냥 손을 떼는 습관이 생겼다. “괜히 누르면 더 늦어질 것 같아서”라고들 했는데,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 표정이 다들 묘하게 같았다. 불길한 걸 아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 눈. 그때부터 나는 이상하게 1층 로비 천장에 시선이 자꾸 가는 걸 느꼈다. 뭐랄까, 거기 어딘가에 선이 연결돼 있는 것처럼.
어느 날은 정말로 이상한 게 보였다. 점심시간에 지하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 채 문을 열지 못했다. 그때 유리문 사이로 빛이 한 번 깜빡이더니, 화면에 표시된 층수가 흔들렸다. 0.5층? 같은 것도 아니고, 숫자가 잠깐 ‘1’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 바닥에서 아주 얇은 금속 소리 같은 게 났다. 손톱으로 문을 긁는 것처럼, 아주 작게.
나는 그날 혼자 타고 있을 때였다. 퇴근도 아닌 낮 시간, 지하에서 물류 서류를 들고 올라오다가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 버튼은 눌러져 있고, 내부 조명도 켜져 있는데 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스피커에서 다시 그 숨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런데 이번엔 소리가 한 번만 들린 게 아니라, 규칙적으로 들렸다. 마치 누가 “지금 몇 층이지?”를 확인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겁이 나서 비상벨을 눌렀다. 그런데 연결음이 나오는 대신, 스피커에서 누군가 낮게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웃음은 길지 않았고, 곧바로 전기가 끊긴 것처럼 조용해졌다. 한참 뒤에야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더니,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 발소리가 보였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왜 멈췄는지 잊을 수 없었다. 1층 바닥에 아주 얇은 물기 자국이 있었는데, 신발로 밟아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번지는 느낌이었다.
이후로는 이야기가 퍼졌다. 지하 쪽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예전에 인테리어 공사하다가 뭔가 묻었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는데, 그 사람도 말끝을 흐렸다. 어떤 사람은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날이면 1층에서 특정 층으로 가는 호출이 동시에 들어온다고 했다. 예를 들어 3층으로 가려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잠깐 흔들린 뒤 1층에서 먼저 멈춘다는 식. 그러니까 기계 고장이 아니라, 누군가가 ‘맞추는’ 것 같다는 거다.
나는 결국 관리팀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단순했다. “1층에서 멈출 때 내부에 이상한 소리가 난다. 수리할 때 센서만 보지 말고 음향이나 통신 라인도 확인해달라.” 그리고 다음 날, 엘리베이터는 멀쩡했다. 1층도 잘 열렸고, 지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아무 문제 없이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작은 종이가 끼어 있었는데, 누구도 붙이지 않았다고 했다. 종이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1층은 올라오는 곳이 아니에요.”
그 문구를 보고 나서, 나는 이상하게도 1층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됐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찮을 것 같다가도, 막상 문이 닫히면 천장 쪽이 먼저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이지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기 직전 아주 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기 전에. 그때마다 나는 생각하게 된다. 멈춘 게 고장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일부러 ‘멈춤’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