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현관문 비밀번호가 매번 바뀌는 이유
원룸 현관문 비밀번호가 매번 바뀌는 이유는, 내가 이사 온 지 딱 일주일 만에 처음 알게 됐다. 전날까지 되던 비밀번호를 다음 날 아침에 치니까 “오류”만 뜨더라. 관리실에 전화했더니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 “오늘부터 새로 바뀌셨어요. 안내 문자로 확인하셨을 텐데요.” 근데 나는 문자 한 통도 못 받았다.
처음엔 그냥 내가 비번을 착각했나 싶었다. 전날 적어둔 메모를 다시 확인하고, 손에 감긴 감각까지 되짚어도 똑같이 실패했다. 같은 층 다른 호수 사람도 잠깐 만나서 물어봤는데, 그 사람도 “어제부터 또 바뀌었대”라고만 하더라. 다들 불만이 없는 듯 말하는데, 이상하게 눈빛이 다들 비슷하게 풀려 있었어. 뭔가를 이미 경험한 사람처럼.
그날 저녁, 문득 궁금해서 현관문 쪽을 유심히 봤다. 도어락 위쪽에 아주 얇은 종이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엔 날짜만 적혀 있었다. ‘10/12 2차 변경’ 같은 식으로. 관리실에선 안내를 한다고 했지만, 스티커는 현관문에 들어와 붙어 있었고 나는 그런 걸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내 문 앞에 와서,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확인하고 붙인 거지.
며칠 뒤부터는 비번이 바뀌는 패턴이 생겼다. 밤 11시 30분에서 새벽 1시 사이, 누군가가 도어락을 건드린 흔적처럼 잠깐씩 소리가 났다. 정확히는 “딸깍” 하고 끝나는 정도. 전에는 새벽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잤는데, 비번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그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특히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비슷해서, 처음엔 수도 문제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관리실에 다시 물어봤다. “왜 매번 바뀌는 거예요? 보안 문제면 공지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때 직원은 웃으면서도 목소리가 좀 굳어 있는 느낌이었어. “아, 그게… 안전 때문이에요. 건물 자체 규정이 있어요. 입주자분들께는 문자로 안내가 나가요.” 근데 이번에도 문자 기록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캡처까지 보여줬는데도, 직원은 “설정 문제일 수도 있죠”라고만 했다.
나는 결국 같은 층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 살짝 떠봤다. 그 사람은 내 질문을 듣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하품하듯 웃더니 말했어. “비밀번호 바뀌는 게 무서워요? 그냥 맞추면 돼요. 안 맞추면… 그때부터 이상해져요.” 그 다음 말은 흐려서 제대로 안 들렸는데, 표정만큼은 확실히 ‘경고’였어. 그날 이후로 나는 비밀번호를 바꿀 때마다 마음이 먼저 식었다.
그러다 한 번, 내가 비번이 바뀌는 걸 직접 확인한 날이 있다. 퇴근하고 올라오는데 복도에서 누가 뛰어 내려오는 냄새가 났어. 음식 냄새도 아니고, 땀 냄새도 아닌데… 손을 씻었을 때 나는 것 같은, 비누 향이 아주 얇게 섞인 느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누군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내 호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때만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도어락 버튼 주변이 아주 미세하게 젖어 있었다. 비가 오는 날도 아니었는데.
그 후로부터는 비밀번호만 바뀌는 게 아니라, 현관문 쪽에서 조용한 현상이 같이 생겼다. 예를 들면, 문을 잠그고 가면 다음 날 아침에는 문고리가 아주 조금 벌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신발장 안에 넣어둔 물건이 미세하게 방향이 달라진다든지. 너무 티가 나진 않아. 그래서 “내가 잘못 놨나?”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만들지.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걸 느낄 때마다 도어락은 정확히 새 비번을 요구했다.
나는 결국 관리실 앞에 앉아 기다렸다. 직원이 교대하는 시간에 맞춰서 “오늘도 비번 바뀌는 거면, 왜 제게는 문자가 안 오죠?”라고 다시 물었다. 그때 직원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한 번 쓸어내리더니 아주 낮게 말했다. “문자요? 그건… 나가서 확인해야 보내져요.” “누가요?”라고 묻자, 그는 시선을 피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당신 문 앞에 누가 다녀가면, 그때 연결이 돼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 저 편에서 도어락이 아주 짧게 울렸다. 딸깍, 하고.
그날 밤, 나는 일부러 비밀번호를 맞추지 않고 그냥 기다려봤다. 문 앞에 아무도 없었는데도 도어락은 계속 바뀌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반응을 보면서, 맞추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듯이. 그리고 새벽에 창문으로 복도를 봤을 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현관문 앞에서 잠깐 멈추는 게 보였다. 얼굴은 안 보였고, 손만 보였어. 손끝이 도어락 위를 스치기 전, 손가락이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어. 이건 보안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