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달 갔다가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가락이 남아있었음
새벽 배달 갔다가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가락이 남아있었음. 그날은 새벽 2시쯤이었고, 비도 살짝 내려서 길이 미끄러웠다. 배달 앱 알림이 연달아 울려서, “이 시간엔 사람도 없겠지” 싶어 최대한 빨리 뛰어 들어갔다.
주문은 10층짜리 원룸 건물. 현관에서 카드 찍고 들어가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작은 비닐 매트가 깔려 있었고 바닥엔 물기가 얇게 번져 있었다. 출입문이 닫히자마자 자동음이 짧게 울렸고, 나는 주문번호 확인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버튼 감촉이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손가락이 살짝 끼었다가 떨어지는 것처럼. 뭐지, 고장 났나 싶어서 손을 빼려는데… 손끝이 버튼 가장자리에서 “딱” 하고 멈춘 채로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손가락이 찌릿해졌고, 배달 가방까지 흔들릴 정도로 놀라서 손을 더 세게 당겼다.
손을 떼자마자 그제야 상황이 정리됐다. 내 손가락이 끼었던 게 아니라, 버튼 위에 뭔가가 얹혀 있었다. 투명한 비닐처럼 보이는데 안쪽이 묵직하게 젖어 있는 느낌. 나는 입이 바짝 마르면서도 “장난 아니지?” 하고 주변을 봤다. 누가 장난칠 시간도 없고, 복도 조도는 희미하게 깜빡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1층부터 10층까지 있었는데, 내가 눌렀던 건 7층 버튼이었다. 그 버튼 위에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딱 손가락 끝처럼 길쭉한 게 비닐과 버튼 틈 사이에 끼어 있었고, 표면은 물에 젖은 것처럼 반짝했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려서 시선을 바로 다른 데로 돌리려고 했는데, 눈이 자꾸만 다시 그 자리로 붙었다.
“누가 손가락을… 누르고 못 뗀 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내가 당긴 건 손가락이 아니라, 내 손끝에 남아있던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더 현실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그때도 멀쩡하게 “띵” 소리를 내며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복도 소음은 거의 없어서 버튼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만 들렸다.
나는 어쩔 줄을 몰라서 바로 다른 버튼을 눌렀다. 1층 버튼을 눌렀는데도, 손가락이 이상하게 잘 안 움직였다. 마치 내 손끝이 버튼 주변의 습기에 달라붙은 것 같았다. 그래도 겨우 1층을 찍고,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데 휴대폰 진동이 왔다. 고객이 “문 앞에 놔주세요”라고 보낸 메시지.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면서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멍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쪽 거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 얼굴이 반쯤만 보였고, 뒤쪽엔 버튼이 확대된 듯한 기묘한 느낌이 있었다. 근데 중요한 건 그 다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마자, 버튼 패널이 아까랑 똑같지 않았다. 방금까지 분명히 보였던 그 “손가락 끝 같은 것”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버튼 주변에 아주 얇은 물기만 남아 있었고, 그 물기가 마치 누가 문지르고 간 것처럼 정리돼 있었다.
나는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갔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현관 쪽에서 경비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시선을 돌렸다. 근데 그 시간대엔 경비실 불도 꺼져 있었고, 복도 CCTV 모서리만 희미하게 빛났다. 나는 배달 앱 화면을 열어 다음 주문을 확인하려 했는데, 손끝이 아직도 버튼을 잡았던 감각을 기억하듯 따끔했다. 집 주소도 아니고, 그냥 버튼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놀랄 일이 있나 싶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 정신이 조금 돌아온 뒤에야, 다시 생각해봤다. 누군가가 정말 다쳐서 남긴 걸 누군가가 치운 건가. 아니면… 내가 보기 전에 이미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건가.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버튼 위에 있던 반짝임이 먼저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버튼은 유독 깨끗하게 관리된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여전히 손끝이 닿기 전에 한 번 더 멈춰서 확인하게 된다. 손이 남아있던 자리는 늘 비슷하게 반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