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머리 말리다 지침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뭔지 다들 비슷하겠지. 이불부터 걷어내고, 물 한 컵 마시고, 그다음엔 머리 말리기. 근데 오늘은 유난히 시간이 안 맞는 날이었어. 알람은 분명히 들렸는데 몸은 한 템포 늦게 움직이더라. 그래서 세면대 앞에 서서 드라이기를 잡는 순간부터 “아 오늘은 빨리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 나왔어.
머리 말리는 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잖아. 젖은 머리는 손으로 대충 털어내도 축축함이 남아 있어서, 대충 말리면 금방 다시 축 처져. 그래서 보통은 뿌리부터 살짝 들어 올려서 말리려고 하는데, 그게 또 시간이 좀 걸려. 오늘도 뿌리 쪽부터 바람 쏘면서 “이쯤이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옆머리랑 뒷머리가 늘 마지막에 남아. 결국 끝까지 거기서 시간을 더 쓰게 되더라.
드라이기 바람 온도 조절도 은근 스트레스야. 너무 뜨겁게 하면 머리가 금방 마르긴 하는데, 만지고 나면 뭔가 푸석한 느낌이 날 때가 있어. 그래서 적당히 따뜻하게 맞추고 천천히 말리려고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또 급해져. 급해지면 손도 덜 움직이고, 덜 움직이니까 더 안 마르고, 그럼 또 급해지고… 딱 그 느낌이 오늘 내 아침이었어.
게다가 머리 말리면서 신경 쓰는 게 하나 더 있지. 거울 앞에서 내 머리 상태 계속 체크하는 거. 앞머리는 어떤지, 옆 볼륨은 괜찮은지, 정수리 쪽이 눌려 보이진 않는지. 오늘은 특히 정수리 쪽이 좀 푹 꺼져 보여서, 드라이기로 살짝 들어 올리다가 손가락으로 모양을 한 번 더 잡아줬어. 그런 거 있잖아. 별것 아닌데도 손이 자꾸 가는 그 순간들.
근데 또 이상하게, 머리 말리다 보면 마음이 좀 정돈되는 느낌이 있어. 처음엔 귀찮고 시간 없고 그래도, 어느 정도 마르면 얼굴도 좀 또렷해지고 정신도 돌아오는 느낌? 오늘도 바람 쐬면서 머리 결이 살아나는 걸 보니까 괜히 기분이 풀리더라. “아 그래도 내가 제시간에 나갈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슬금슬금 들었지.
다만 문제는 마지막 마무리야. 완전히 다 마르기 전에 멈추면 나중에 외출하고 나서도 머리가 살짝 축 처질 것 같고, 너무 오래 말리면 또 뜨거운 바람이 과해서 손상 걱정되고. 그래서 보통은 감으로 판단해. 손으로 한 번 쓱 만져 보고, 이마 쪽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지 않으면 일단 합격. 오늘도 그렇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하필 바람을 끄고 나니까 한 가닥이 어딘가 삐져나와 있더라.
그 삐져나온 한 가닥 때문에 다시 드라이기를 켠 게 함정이었지. “딱 그거 하나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말리다 보면 주변까지 같이 정리해야 하잖아. 결국 다시 뿌리부터 조금 더 잡아주고, 끝부분은 바람 약하게 해서 결만 정리했어. 그렇게 하고 나니까 그제야 모양이 잡혔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내려가더라. 아, 이게 아침의 작은 승리구나 싶은 느낌.
머리 말리고 나면 옷 입는 것도 한결 편해. 젖은 머리 상태로 있으면 땀도 더 나고, 뭔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서 신경 쓰이는데, 다 마르고 나면 그게 싹 해결돼. 오늘은 특히 목 뒤쪽이 깔끔해져서 시원한 기분이었어. 거울 속에 내 머리가 “나름 괜찮네” 싶게 정리돼 있을 때 그 순간이 은근 좋더라. 별거 아닌데 하루 시작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결론은, 아침에 머리 말리다 지침은 뭔가 거창한 일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냥 시간 싸움이랑 손이 가는 과정이랑의 타협이더라. 그래도 말려놓고 나면 결국은 내가 편하고, 약간의 귀찮음은 그냥 하루 리듬에 포함되는 거니까. 오늘도 머리만 잘 말렸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기분이잖아. 이제 커피 한 잔 하고, 남은 일정도 천천히 가야지. 금방 또 씻고 나면 다 괜찮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