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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시간에 복도 스피커가 내 이름을 읽었음

2026-10-26 08: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점심시간에 복도 스피커가 내 이름을 읽었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사무실 공기가 이상하게 굳어버렸어. 특히 점심시간만 되면 복도 끝에서 들리는 잡음이랑 같이, 내 이름이 딱—하고 끊어지듯 넘어오더라.

그날도 평소처럼 12시 정각에 다들 도시락 꺼내고, 냉장고 앞에서 한 번 웃고, 커피 한 잔씩 타고 있던 분위기였어. 나는 회의 자료 정리하다가 잠깐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복도 스피커에서 “00님, 잠시…” 하고 내 이름이 들렸어. 소리 크기도 보통 안내방송이랑 똑같았는데, 문제는 “잠시” 다음이 너무 조용했단 거야. 마치 누가 말을 하다가 손을 떼기라도 한 것처럼 끊겼지.

사람들이야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텐데, 내 속이 먼저 굳었어. 내가 반응하기 전에 옆자리 과장이 “방송 실수했나 보다” 하면서 웃더라고. 근데 그 웃음이 유난히 어색했어. 내가 고개를 들고 있으니까, 다들 잠깐씩 나를 훑어보는 눈빛이 같은 방향이었거든. 마치 ‘그럴 리가 있나’ 확인하는 느낌.

나는 순간 장난이라고 믿어보려 했어. 방송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가고, 누군가 이름을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바로 인사팀에 전화해서 “복도 스피커에서 제 이름이 나왔는데 오류였나요?” 하고 물었지. 그런데 인사팀은 내 목소리를 듣고 잠깐 정적을 만들더니, “점심시간 안내방송은 오늘 없었어요. 누가 확인 전화를 했는지 저희도 내부 확인이 필요해요” 라고 말했어.

그 말 듣고 더 이상해졌어. 점심시간마다 보통은 ‘식당 운영 안내’나 ‘회의실 사용’ 같은 짧은 멘트가 가끔 나오는데, 그날은 그런 공지 자체가 없었다는 거야. 그런데 스피커에서는 분명히 내 이름이 먼저 들렸고, 그 다음엔 끊겼고, 끊긴 뒤에 남은 건 잡음뿐이었어. 잡음이 단순한 정전기라기보다, 누군가 마이크를 잡았다 놓은 숨소리 같은 느낌이었거든.

오후가 될수록 다들 태도가 바뀌었어. 원래는 툭툭 농담도 하고 서로 커피도 주고받던 사람들이, 내 주변만 살짝 비켜 섰달까. 점심때처럼 스피커 소리가 나올까 봐 신경 쓰는 게 눈에 보였어. 특히 경리 쪽에서 일하는 후배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휴대폰 화면을 빨리 끄더라고. 뭔가를 확인하다가 숨기는 사람처럼.

퇴근하고 나서야 나는 관리실 번호를 찾아서 다시 연락했어. “스피커 방송 장치 점검 중이었나요?” 하고 물었는데, 관리실에서도 “그 시간대엔 점검 일정이 없고, 사용 기록도 없습니다” 라고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통화가 살짝 끊겼고, 다시 연결하려고 하니까 번호가 바로 안 뜨더라. 내가 통신 품질 탓을 하려는 순간, 통화 기록에 ‘부재중’이 찍히는 게 아니라, 아예 ‘통화 시도’ 자체가 누락돼 있었어. 이게 제일 찝찝했어.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나는 복도 쪽을 아예 피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심 먹으러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먼저 복도를 건너가잖아. 그 사람들이 “어제 그거” 얘기를 하다가 멈추는 걸 몇 번이나 봤어. 웃다가도 입을 다물고, 시선을 천장 스피커 쪽으로 잠깐 올렸다가 다시 아래로 내리더라. 그래서 나는 더 확신했어. 누군가 이미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아예 ‘알려지면 안 되는’ 방식으로 일이 굴러가고 있다는 거.

그리고 오늘, 다시 똑같이 스피커가 울렸어. 정확히 12시 03분쯤이었는데, 이번엔 더 또렷했어. “00님… 잠시….” 이번엔 ‘잠시’에서 한 번 더 숨이 끊겼고,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없었어. 대신, 복도 끝에서 누가 물건을 끌어당기는 소리가 났지. 딱 한 번, 아주 짧게.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버렸고, 주변 사람들도 동시에 숨을 삼킨 것처럼 조용해졌어.

그날 이후로 나는 점심시간에 일부러 스피커가 있는 쪽을 등지고 앉아. 사실 별거 아닌 장난이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근데 이상하게도, 스피커가 내 이름을 읽을 때마다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는 느낌이 들거든. 마치 스피커가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호명된 걸 확인받는 절차 같은 것처럼. 오늘도 12시가 가까워지면, 복도에서 들리는 정적이 내 귀 안에 먼저 쌓이는 것 같아… 그 다음엔 언제나, 내 이름부터 나올까 봐 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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