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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부엌 창문에 매일 같은 시간 먼지가 쌓임

2026-10-26 20: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부엌 창문에 매일 같은 시간 먼지가 쌓임. 처음엔 그냥 날씨 탓이라 생각했어. 창문 아래쪽 틈으로만 유난히 얇게 먼지가 모이고, 그 모양이 늘 똑같아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건 한 달쯤 지나서였거든.

내가 그 집에 산 건 여름방학 때문이었어. 부엌 창문은 경첩이 좀 느슨해서 닫아도 바람이 아주 조금 들어왔고, 그래서 먼지가 쌓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야. 매일 저녁이 되면, 해가 산 뒤로 반쯤 넘어간 그쯤—정확히 7시 17분쯤—창문 유리 안쪽에만 먼지가 얇게 내려앉았어.

처음엔 내가 시간을 착각한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일부러 알람을 맞춰놨어. 7시 17분이 되면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자마자 창문을 봤어. 그 순간마다 먼지가 한 번에 떨어진 것처럼 보였어. 마치 누가 바람을 휙 불고 지나간 것처럼, 먼지가 쌓인 선이 아주 또렷하게 생겼고 금방 굳어버렸지.

더 웃긴 건 패턴이었어. 창문 전체가 아니라, 부엌 쪽으로 기울어진 오른쪽 아래 모서리부터 시작해서, 대각선으로 얇은 띠를 만들며 왼쪽 위로 이어졌어. 띠의 굵기랑 길이가 매번 같아서 사진을 찍어 비교해봤는데, 정말로 차이가 거의 없더라. ‘청소를 했는데도 다시 같은 모양으로 생기네?’ 싶은 기분이 들었지.

그 뒤로는 창문을 닦는 걸 습관처럼 했어. 낮에 한번, 저녁에 한번. 그래도 7시 17분만 되면 똑같이 먼지가 내려앉았어. 닦은 직후엔 유리가 반짝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유리 표면이 아주 잠깐 숨을 쉬는 것처럼 흐려지는 느낌이 들더라. 그 흐림이 가라앉고 나면, 그때 먼지 띠가 만들어져 있었어.

밤에 직접 확인해보려고 부엌에서 버티기도 했어. 전등을 켜고, 의자에 앉아서 시계를 계속 봤지. 7시 10분쯤부터는 바람 소리가 달라졌어. 창문 바람이 세게 불거나 하진 않았는데, 대신 유리 가까이에서 ‘가만히 긁는’ 것 같은 소리가 짧게 났어. 그리고 7시 17분, 정확히 그 타이밍에 소리도 같이 멈췄어. 그 다음엔 눈앞에서 먼지가 내려앉는 걸 봤고, 어떤 날은 먼지 띠 끝부분이 마치 손가락으로 그린 것처럼 각이 지더라.

처음엔 집 구조 탓일 거라고 생각했어. 옛날 집이라 벽지나 천장 틈에서 먼지가 떨어지는 건 흔하잖아. 근데 이상하게도 떨어지는 먼지는 창문 안쪽에만 모였고, 바닥으로는 거의 안 떨어졌어. 부엌 창문을 열어 확인해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흔적은 없었고, 환기를 해도 패턴은 그대로였어. 누가 창문에 기대어 외곽부터 밀어 넣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다 어느 날, 친척이 “그 집 오래 됐으니 부엌 창문은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 내가 왜냐고 묻자, 말끝을 흐리더니 “예전에 누가 거기서…”라고 하다가 그냥 화제를 돌렸지. 그날 밤은 유독 더 찝찝했어. 그래서 창문 앞에 작은 종이와 실을 세워놓고 기다렸거든. 바람이 오면 실이 움직이거나 종이가 흔들려야 하는데, 7시 17분까지는 아무 변화가 없었어. 그런데 먼지 띠는 또 생겼어. 실은 가만히인데, 먼지만 생겨버리니까 더 납득이 안 됐지.

며칠 뒤엔 내가 그 모양을 스스로 따라 그려보고 싶어졌어. 종이에 창문에 생기는 띠 모양을 그대로 옮겨 적어두었는데, 다음 날에는 그 종이 위로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어. 창문이 아니라, 책상 위에 놓아둔 그 종이 말이야. 그리고 그 먼지의 모양도, 또렷하게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어. 그때부터 나는 그게 단순한 먼지나 기류가 아니라, 어떤 시간에 어떤 ‘손’이 부엌 쪽을 확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도 가끔 그 시간만 되면, 내가 이사를 갔는데도 모양이 떠올라.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부엌 창문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한 번씩 덜컥해. 먼지는 늘 같은 자리에 쌓이는데, 신기하게도 그 집에선 내가 닦은 흔적보다도 먼저 사라지더라. 마치 누군가가 청소를 해두고, 다시 제 시간에 확인만 하고 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게… 과연 ‘누가’일까,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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