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나는 한 박자 늦게 움직였음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나는 한 박자 늦게 움직였음. 처음엔 그냥 조명 때문에 그런 줄 알았거든. 7층에서 탔는데, 거울 속 내 표정이 내가 입을 열기 직전보다 살짝 늦게 따라오는 느낌. “뭐지?” 하고 한 번 더 확인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그때도 거울 속 손이 딱, 딱 하고 늦게 올라왔어.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데도 이상하게 몸은 멈추질 않더라.
그날은 야근 끝나고 바로 집 가는 길이었어.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는 오래된 편이라 거울에 잔기스도 많고, 바닥은 늘 닦아놔서 반짝이는데 정작 거울 표면은 약간 뿌옇게 보였거든. 그래서 내가 피곤해서 착각하나 싶었지. 근데 문제는, 그 늦음이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내 동작의 타이밍”을 따라가고 있다는 거였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7층을 출발하자, 거울 속의 나는 먼저 숨을 쉬고 있었어.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숨을 들이쉬려 했는데, 마치 뒤늦게 연결된 영상처럼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거야.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게 더 무서웠어. 보통 공포는 심장이 뛰어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면서 “이게 반복되나”를 체크하게 되더라.
나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어. 엄지랑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는데, 거울 속 동작이 0.3초쯤 늦게 따라왔어. 그게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틀린 게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고, CCTV가 달린 건물이라도 이상한 소리나 충격 같은 건 없었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8층 버튼을 눌렀는데,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는 8층으로 가지 않고 바로 6층에서 멈췄어. 나는 분명 8층을 눌렀고 손도 확인했거든. 그런데 거울 속 나의 손은, 내가 누르기 전부터 이미 다른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어. 그 순간엔 ‘거울이 반대로 보이나’ 같은 변명이 떠올랐는데, 거울 속 내 팔 위치가 내 손과 어긋난 각도로 고정돼 있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 공기가 차갑게 스며들었고, 복도 끝이 유난히 어둡게 보였어. 나도 모르게 문틈을 바라봤는데, 복도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건 안 보이더라. 대신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작은 진동 같은 게 느껴졌고, 마치 엘리베이터가 누군가와 같이 흔들리는 것처럼 거울 속이 미세하게 떨렸어. 그때 거울 속 나는 내 표정이 굳는 것보다 먼저, 아주 잠깐 웃었어. 나는 웃지 않았는데.
나는 당황해서 거울에서 시선을 떼려 했는데, 그게 더 늦게 되더라. 고개를 돌리면 눈은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하는데, 내 목은 먼저 움직이고 눈은 한 박자 뒤에 따라오는 느낌이었어. 그걸 깨닫자마자 아예 몸을 고정하고 정면을 보려 했지.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 유리창에 비친 나는, 이번엔 거울 속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보였어. 그러니까 한 사람의 반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타이밍의 나가 겹쳐 있는 것처럼.
6층에서 문이 닫히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아예 확인을 포기했어. 확인하면 더 심해질까 봐. 대신 손으로 내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세려고 했거든. 근데 시계 초침 소리가 안 들리는데도 초가 넘어가는 감각이 이상하게 명확했어. 한 박자 늦은 나가 내 옆을 따라오고 있다는 걸 계속 느끼는 상태였거든. 7층이 지나갈 때쯤, 거울 속 나는 내가 하려는 동작을 미리 하는 것처럼 보였어.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도, 거울 속 나는 팔꿈치를 아주 조금 들었다 내렸어. 내가 “멈춰”라고 생각하자마자.
마지막으로 9층에서 문이 열리고 나는 급히 내렸어. 내 발은 정상인데도 내려서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쪽에서 누가 따라 내리는 것 같은 압력이 등 뒤에서 느껴졌거든. 계단을 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심장은 뛰는데 숨은 차분했어. 복도 끝 편의점 쪽 불빛이 켜져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데도 거울이 떠올라서 계속 눈을 옆으로 두게 되더라. 거울이 없는 곳으로만 가려는 버릇이 생겼달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소리가 들린 뒤로도, 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한 박자”를 지울 수가 없었어. 그날 이후로도 가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면, 내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늦게 따라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물론 실제론 조명 탓일 수도 있지. 근데 이상하게, 그날처럼 정확히 ‘내가 하려던 동작’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해. 혹시 거울 속의 나는 지금도 한 박자 먼저 혹은 한 박자 뒤에 서서, 내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