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편의점 CCTV가 가리키는 방향이 자꾸 어긋남

2026-10-27 08:29:14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CCTV가 가리키는 방향이 자꾸 어긋남.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사건은 새벽 1시 17분쯤부터 시작됐는데, 계산대 뒤 모니터에 뜨는 화면에서 진열대 쪽이 아니라, 출입문 쪽을 더 많이 비추고 있더라. 분명히 설치기사 아저씨가 “카운터 기준으로 이렇게 맞춰요” 하면서 각도 보여줬던 그 구도인데, 화면은 어느 순간부터 자꾸 한 칸 옆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날은 나 혼자 야간을 보는 날이었고, 손님도 거의 없어서 CCTV 확인은 습관처럼 했어. 영업 마감할 때마다 시간대별로 재생을 돌려보거든. 그런데 새벽마다 똑같은 구간에서 이상한 차이가 생겼다. 출입문 쪽 바닥에 찍히는 빛 반사가 늘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 날은 반사가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밀려 있었고, 다음 날엔 반사가 아예 반대쪽으로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모니터 설정 문제겠거니 했는데, 더 찝찝한 건 “방향이 어긋난 것”이 단순히 시야각만이 아니었다는 거야. 예를 들어 재생 화면에서 진열대 끝에 놓인 빨간 쿠폰 전단이, 원래는 모서리만 살짝 보이는데 어느 날부터 전단 전체가 들어왔다. 반대로 어떤 날은 전단이 아예 화면 밖으로 빠졌다. 각도는 그대로일 수가 없는데, 카메라 본체는 움직인 흔적이 없었고 케이블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일찍 매장주인한테 말했어. “CCTV 각도 좀 이상한데요, 누가 만졌나?” 주인은 한참 있다가 “그거 자동으로 화면 보정하는 기능 있을 거야. 가끔 그래도 영상 저장엔 문제 없을걸” 하더라. 그래도 찝찝해서 나는 카메라 위치를 다시 확인했지. 천장에 달린 카메라 하우징은 먼지 한 톨도 그대로였고, 각도를 고정하는 나사도 풀린 흔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화면은 매번 조금씩 달라졌다.

문제는 ‘조금씩’이 아니라, 어긋나는 방향이 규칙처럼 보였다는 거다. 새벽 1시 10분쯤이면 출입문 쪽을 더 보게 되고, 1시 25분쯤이면 진열대 쪽을 더 보게 됐다. 마치 누가 특정 타이밍에 맞춰 카메라를 만지는 것처럼. 나는 일부러 그 시간대에 조용히 계산대 밑으로 몸을 숨기고, CCTV가 어떤 시점을 찍는지 확인했는데…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 내 시야에는 아무도 없었다. 근데 화면엔 내 뒤편이 먼저 바뀌어 있었다.

그때부터는 물건이 ‘있어야 할 데’에 없거나,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일도 같이 생겼다. 예를 들면, 새벽마다 내가 다시 채워놓은 컵라면 1개가 다음 날엔 없었다. 직원용 재고는 손으로 세어보면 거의 맞는데, CCTV 구간에는 그 1개가 빠지는 장면이 안 잡혀. 나는 이상해서 재생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데, 컵라면이 사라진 시점 직전 영상이 아주 잠깐 흔들리다가, 바로 다음 프레임부터는 화면 각도가 바뀐 구도로 시작됐다. 마치 촬영을 피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결국 직접 물어보듯, 아주 무심한 척 CCTV 앞에 서서 “야, 뭐 하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그 다음날부터 어긋남이 더 심해졌다. 카메라가 출입문을 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내 등 쪽을 더 잡고, 진열대 방향이 아니라 카운터 아래쪽을 훑는 장면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그 구간에서만 오디오가 먹통이 됐다. 화면만 남고 소리는 끊긴다. 경고음이나 외부 소리 녹음이 원래 약한 매장이라도, 그처럼 ‘딱’ 끊기는 적은 없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은, 내가 CCTV가 보는 방향을 의식하고 서있었는데도 실제로는 반대로 보이더라. 내가 출입문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상에서는 내가 진열대 쪽을 등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났어. 누군가가 카메라를 조종하는 걸까, 아니면 영상 자체가 재생되는 동안 다른 구도를 덮어씌우는 걸까. 그런데 매장주가 말한 자동 보정 기능이라면 이렇게 “내 행동과 영상의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식으로 일치할 수가 없잖아.

마지막으로 소름이 확 박힌 건, 오늘처럼 비 오는 밤이었어.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 손님이 끊기기 쉬운 날인데, 그날은 손님이 없는데도 출입문 종이 딸깍 울리더라. 나는 확인하려고 나갔고, 물론 아무도 없었지. 그런데 돌아와서 CCTV를 재생해보니, 종이 울린 시점 직전 화면이 갑자기 내 얼굴 쪽에서 조금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누가 카메라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듯 각도를 바꾼 것처럼. 그 구간에서만 편의점 천장 조명 떨림이 아주 미세하게 생겼는데, 실제 전등은 정상이라 더 이상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CCTV를 볼 때마다 “방향을 어긋내는 게 사람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남긴 습관 같은 건지” 생각해. 카메라는 제자리에 있어도 영상은 자꾸 한 발짝씩 다른 곳을 보고, 그 다른 곳은 늘 내가 다가가기 싫어하는 방향이더라. 가끔은 내가 CCTV 앞에 서는 순간, 화면 안의 세상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편의점은 늘 똑같아야 한다고 믿었는데, 그날부터 나는 매일 새벽마다 ‘카메라가 보는 곳’과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