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수도꼭지에서 물 대신 종이비슷한 게 나옴
원룸 수도꼭지에서 물 대신 종이비슷한 게 나옴. 처음엔 그냥 배관 청소라도 했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도 계속 비슷한 게 나와서 솔직히 손으로 틀어보는 것도 무서웠어. 아침에 세수하려고 수전 틀었거든. 물이 나오기 전에 뭔가가 ‘휙’ 하고 따라나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물줄기 사이사이에 아주 얇은 조각들이 같이 흘러나오는 거야. 자세히 보니까 종이 같기도 하고 휴지 부스러기 같은데, 젖으면 더 얇아지고 찢겨서 흩어지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그래서 한 번 더 틀어보고, 세게 틀어도 똑같았고, 반대로 약하게 틀어도 계속 따라나왔어. 물은 분명 나왔는데, 그 물에 섞여서 뭔가가 ‘동그랗게 말린 조각’처럼 붙어서 나왔다가 퍼져버리는 식이었거든. 손으로 받아보면 촉감이 진짜 종이랑 비슷했는데, 손가락에 닿는 순간에 미세하게 가루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이상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막상 흐르는 동안엔 제대로 안 잡히더라. 초점이 종이 조각에 맞춰도 물 때문에 다 번져 보였거든.
그래서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했지. 원래 이런 거 귀찮아하는 타입이라, “아, 배관 문제겠죠”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라.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집주인이 “배관청소 업체 부르면 되니까 기다려봐”라고 했는데, 그날 저녁에 다시 틀어보니까 종이비슷한 게 양이 확 늘어나 있었어. 물줄기에서 잘게 찢어진 종이 조각이 줄줄 흘러나오는데, 마치 누가 안에 뭔가를 넣어둔 것처럼 계속 이어지더라.
나는 왠지 모르게 ‘이게 혹시 위생 문제’가 아닐까 걱정이 됐어. 그래서 일단 그 물로는 설거지도, 양치도 안 했고, 물은 밖에서 사와서 쓰기 시작했어. 근데 신기한 게, 샤워기에서는 덜하고 수전 쪽에서 유난히 심했어. 세면대 쪽만 그러니까, 배관이 완전 공용인 건지 아니면 내 라인 쪽이 문제인지 감이 안 잡혔어.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서 더 답답했고.
며칠 지나니까 종이비슷한 게 ‘물에 젖은 뒤에 더 이상해지는 방식’으로 변하더라. 처음엔 그냥 얇은 조각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조금만 고여 있어도 종이 조각들이 바닥에 얇게 눌어붙는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어떤 날은 손을 씻고 나서 배수구를 보는데, 아주 작은 조각들이 뭉쳐서 작은 덩어리처럼 가라앉아 있었거든. 냄새는 특이하게 역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대신 뭔가가 반복적으로 쓸려 나오는 느낌이 너무 찜찜했어.
어느 날은 아예 물줄기가 잠깐 끊기더니, 종이비슷한 게 먼저 쏟아지듯 쌓였다가 내려오더라. 그 순간 나는 진짜로 소름이 돋았어. 왜냐면 종이가 ‘떠밀려서’ 나온다기보다, 안에서 압력을 타고 나오는데 형태가 일정하더라고. 조각들이 우연히 찢어진 휴지 같았다면 제각각이어야 하잖아. 근데 말린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한 것들이 계속 나오니까, 그냥 쓰레기 부스러기가 아니라 뭔가를 “넣어둔” 것 같은 인상이 강해졌어. 물 대신 종이가 나온다는 게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보면 그게 진짜로 무섭더라.
집주인이 결국 업체를 부르긴 했는데, 그 과정이 또 이상했어. 업체 아저씨가 와서 수전 주변만 잠깐 만지고 “이상 없어요” 한 뒤 가버렸거든. 그런데 돌아서기 전에 내가 물어봤어. “안쪽에 뭐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이런 게 나와요.” 그랬더니 그냥 “배관 안에서 뭔가 떨어지는 거예요. 청소하면 괜찮아질 겁니다”라고만 하고 끝이야. 나는 그 말이 너무 뭉뚱그려서, 오히려 더 불안해졌어. 해결됐다는 확신이 전혀 없었거든.
그래서 다음 날 내가 한 행동이 좀 어리석었을지도 몰라. 배수구 쪽을 확인하려고 수전을 잠깐 뜯어봤는데, 거기서 물때랑 이물질이 뭉쳐 있는 상태가 보였어. 종이비슷한 조각들이 기름기처럼 얇게 번들거리는 느낌으로 끼어 있더라. 손으로 만지면 비비는 순간에 종이 가루가 살짝 묻어나오는 정도였고, 생각보다 쉽게 떨어졌어. 그걸 보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어. 누가 청소하다가 뭘 잘못 넣었거나, 혹은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쌓여 있다가 한 번씩 흘러나오는 상황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
근데 왜 하필 ‘수전’에서만 그랬는지, 그리고 왜 형태가 계속 비슷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오늘도 수전을 틀면 맑은 물이 먼저 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주 얇은 조각이 따라나오는 날이 있고, 또 며칠 멀쩡하다가 갑자기 재발하는 날도 있어. 마치 수도가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그래서 내가 더 무서운 건, 이게 진짜로 무엇이었냐는 질문보다도—어떤 날에는 안 나오는데, 어떤 날에는 꼭 다시 나온다는 패턴이야. 그 생각이 들면, 밤에 화장실 불 켰다가 수전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준비되는 느낌까지 상상돼서 괜히 손을 더듬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