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이 목적지를 말하자마자 뒷좌석이 차가워짐
택시에서 기사님이 목적지를 말하자마자 뒷좌석이 차가워짐. 진짜로요. 그날 저는 집에 늦게 들어가려고 심야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여기요, ○○동입니다”라고 목적지를 딱 말하는 순간 등 뒤쪽 공기가 확 식더니, 숨 쉬는 게 얼음 씹는 느낌처럼 느껴졌어요.
처음엔 에어컨 바람이 세게 들어오나 싶어서 창문을 살짝 확인했는데,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어요. 뒷좌석은 제가 타고 있던 쪽만 특히 차가웠고, 기사님이 있는 앞좌석이랑 체감 온도 차이가 확 났습니다. 제 팔에 소름이 돋는 게 보일 정도로요.
기사님은 평소 말투로 “밤길은 좀 막히긴 하겠네” 하시면서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렸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말은 계속 하시는데, 제 귀에는 기사님 목소리가 중간중간 얇게 끊기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마치 라디오 볼륨이 잠깐씩 떨어졌다가 돌아오는 느낌이랄까요. 그때마다 뒷좌석 차가움도 같이 진해졌고요.
제가 혹시 실내가 추우신가요? 하고 물으려는 순간, 기사님이 뒤를 보지 않은 채로 “괜찮아요. 여기부터는 선이 달라져요”라고 짧게 말했어요.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운전대 위에 있던 작은 방향제에서 향이 사라지고 대신 눅눅한 냄새 같은 게 올라왔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 오래 닫힌 방 문을 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차는 신호를 건너자마자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알던 길이랑 살짝 달랐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계속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며 파란 선을 그리지만, 실제로는 길이 빙 돌아가고 있었어요. “기사님, 길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 하니까 기사님이 웃지도 않고 “아뇨. 빨리 가요” 한마디만 툭 던졌습니다. 그 말 끝나자마자, 제 무릎 위로 차가운 기운이 확 번졌어요.
저는 그 순간 등 뒤에서 아주 가벼운 압력이 느껴지는 걸 알아차렸어요. 누가 어깨에 손을 얹는 정도의 무게인데, 동시에 피부가 바늘로 찔린 것처럼 서늘했죠.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도, 분명 누군가 “여기 앉아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려다가 목이 얼어붙은 것처럼 잠깐 멈칫했어요.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서 카카오택시(또는 앱)에서 기사님 정보랑 이동 경로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화면이 이상하게 깜빡였어요. 통신이 끊긴 건 아닌데, 위치가 계속 출발 지점으로 잠깐씩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깜빡임이 시작될 때마다, 기사님이 말할 때만큼 뒷좌석이 더 차가워졌습니다. “다음” “조금만” 이런 단어를 뱉는 타이밍과 온도 변화가 정확히 맞았어요.
결국 저는 내릴 준비를 하면서 기사님에게 “저 여기서 세워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기사님이 처음으로 톤을 낮추더니 “잠깐만요. 목적지 말한 건… 이제 돌릴 수가 없어요”라고 하셨어요. 말이 길지 않았는데, 뒷목이 더 서늘해지면서 손끝이 감각을 잃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 싶은데, 생각해보면 기사님이 목적지를 말한 순간부터 이미 늦은 것 같았어요.
기사님이 제 요청을 듣고도 바로 정차하지 않고 한 정거장 더 가더니, 창밖이 갑자기 하얗게 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로등이 있는데도 빛이 번지고, 도로 표시는 흐릿해졌고, 차 안 공기가 금속 맛처럼 변했어요. 그때 기사님이 다시 목적지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하듯 내뱉었고, 뒷좌석 온도는 그 직후에 완전히 굳어버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 이제 진짜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동시에 제 귀에서 아주 낮은 속삭임 같은 게 들렸어요.
하지만 제가 돌려봤을 때, 아무것도 없었고 기사님은 평범하게 목적지 근처에 택시를 세웠습니다. 저는 얼른 내렸고, 문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다시 천천히 돌아오는 게 느껴졌어요. 택시 안에 남은 차가움이 제 등을 붙잡는 것 같다가도, 내 몸에서 떨어지는 듯 사라지더라고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목적지를 말하는 순간부터 선이 생긴다”는 기사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아요. 그 다음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타기 전에 이미 기사님이 목적지를 알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뒷좌석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걸 알아차리고도 일부러 더 말한 건지, 그게 제일 무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