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훈련 끝나고도 계속 그 사람 이름만 불림
군대에서 훈련 끝나고도 계속 그 사람 이름만 불림. 솔직히 이거 말하면 다들 “그냥 착각 아니냐” 그러는데, 내가 겪은 건 착각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어. 마지막 야외훈련 날 새벽, 철수 방송이 끝나고도 내 옆 대원한테 누군가 계속 다른 구호처럼 그 사람 이름을 불렀거든. 처음엔 행정보급이나 당직 호출인 줄 알았는데, 문제는 그 “이름”이 훈련 중에 단 한 번도 안 쓰던 사람 이름이었단 거야.
그날 우리는 포복 마무리하고 철수해서 정비 들어가는 중이었어. 통신선 연결하고, 분대 단위로 장비 세는 시간. 그런데 라디오에서 잡음이 일어나더니, 누군가 마치 경례 구령처럼 또렷하게 이름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어. 내가 있는 쪽에서 들린 게 아니라, 이상하게도 대열 한가운데 공기가 한 번 꺼지는 느낌이 들었지. 그 뒤로 옆에 있던 병장이 얼굴을 굳히더니, “야, 또 부른다”라고 낮게 말하더라.
이름을 불린 그 사람은 우리 중대엔 없었어. 전역한 선임도 아니고, 훈련 때 같이 뛰었던 인원도 아니고, 내가 입대한 뒤로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거든. 근데 모두가 한 번에 반응했어. 분대장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나가려다 말고는, 손을 들고 “조용히”만 했지. 이상하게 그 이름이 나왔을 때만 주변이 다 느려지는 것처럼 들려서, 누구도 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
처음엔 진짜로 당직실에서 호출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병력 인계나 명단 확인이면 이름을 부르는 게 가능하잖아. 근데 훈련 끝나고도 계속 그 사람 이름만 불렸다는 게 포인트야. 철수하고 PX로 이동하기 전까지, 그리고 세면 끝내고 취침 준비할 때도, 라디오나 방송이 아닌데도 누가 멀리서 부르는 것처럼 계속 들렸거든. “○○야.” 하고 딱 한 번, 그 다음엔 바로 다른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 이어지고.
나는 그때는 그냥 무서워서 웃는 척 넘어갔는데, 다음 날부터는 더 이상했어. 아침 구보 전에 지휘관이 “어젯밤 누가 불렀냐”를 묻지도 않았고, 누구도 당직이나 방송을 확인하러 가지도 않았어. 대신 보급 담당이 내게 “너는 그 소리 못 들었지?”라고 물었는데, 난 대답을 못 했어. 내가 듣긴 들었는데, 대답하면 그게 사실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입을 열었다가 그 이름이 내 쪽을 더 정확히 향할까 봐.
그날 훈련장에서 점호를 하는데, 갑자기 조그만 바람이 막사 쪽에서 불어왔어. 여름이라도 새벽엔 차가운 바람이 있잖아. 근데 그 바람이 비단이 아니라 사람 옷자락 스치는 냄새랑 같이 들어왔고, 그때 또 이름이 들렸어. 이번엔 거리감이 달랐어. 누가 뒤에서 부르는 것처럼 가까웠고,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어. 반사적으로 돌리고 싶었는데, 몸이 먼저 굳는 느낌이었거든.
훈련장에서 일하던 선임 하나가 결국 말문을 열었어. “그거 신경 쓰지 마. 예전에…”라고 하다가 끝을 못 맺더라. 그 선임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는지, 눈이 마치 이미 지나간 장면을 찾는 것처럼 흔들렸어. 그리고 아주 짧게 덧붙였지. “어차피 부르면 안 되는 건데, 자꾸 불러.”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 박혀서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 왜냐면 그 말이 누군가의 실수라기보다, 누가 정한 규칙처럼 들렸거든.
시간이 더 지나고, 사건은 훈련이랑 상관없이 반복됐어. 교대하면서 철문 닫을 때, 식당에서 줄 서 있을 때, 작업 끝나고 복귀할 때. 항상 “훈련 끝나고도” 그 이름만 불렸고, 이게 제일 무서웠어. 훈련이 끝나면 다 끝났어야 하잖아. 그런데 뭔가가 끝을 거부하는 느낌이 있었어. 제일 마지막으로 들린 건 내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였는데, 복귀하자마자 분대장이 내 얼굴을 보더니 “넌 오늘도 들었냐”고 묻더라. 난 그냥 고개만 끄덕였고, 그 사람은 말없이 마대 뒤에 숨겨둔 무전기 위치를 다시 확인했어.
그 뒤로 며칠 동안은 아무도 큰 소리로 묻지 않았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이름이 안 들리는 날이면, 다음 날 꼭 작은 문제가 생겼어. 누가 자물쇠를 잃어버리거나, 창고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거나, 누군가 어젯밤에 꿈을 꿨다면서 같은 내용만 반복하더라. 그리고 어느 날은 중대 행정관이 소집해서,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장난치지 마라”라고만 했지. 그 말이 “해결”이 아니라 “덮기”처럼 들려서, 나만 더 조용해졌어.
지금도 가끔 생각나. 군대에서 훈련 끝나고도 계속 그 사람 이름만 불림. 결국 그 이름은 누군가의 호출이 아니라, 끝내지 못한 어떤 걸 다시 시작시키는 방식 같았어. 그날 이후로 나는 방송이든 소문이든 들리면 무시하려고 하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거든. 무시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대답하지 않는다고 더 오래 남는 종류가 있다는 걸. 그래서 가끔 밤이 되면, 실제로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먼저 들려. 부르지 말아야 할 이름이, 너무 익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