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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기둥 번호가 매일 다른 순서로 보임

2026-10-28 08: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어느 날부터 우리 집 지하주차장에 있는 기둥 번호가, 매일 다른 순서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조명 때문에 눈에 그렇게 보이나 싶었는데, 다음 날엔 분명히 어제 분명히 보이던 자리랑 번호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출근하면서 습관처럼 주차 위치 확인하던 사람이면 절대 헷갈릴 수 없는 숫자였는데, 그게 매일 조금씩 “다르게” 정렬돼 보였습니다.

저는 6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2층을 쓰는데, 제 차는 늘 기둥 14 옆이었어요. 그래서 엘리베이터 타기 전, 어두운 통로에서 기둥에 붙은 번호를 한 번만 확인하고 올라가요. 그런데 첫날은 그냥 14가 아니라 13이 보였어요. 순간 “아 오늘 내가 반대쪽에 대놨나?” 싶어서 차 위치를 다시 확인했죠. 차는 그대로 기둥 14 옆이었는데, 기둥에는 13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웃겼어요. 관리사무소에 얘기할까 말까 하다가, 혹시 누군가 번호표를 잘못 붙였나 싶어서 다음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는, 13 옆이어야 할 자리에 12가 붙어 있더라고요. 제가 차를 댄 위치를 기준으로 번호가 “한 칸씩” 밀리는 느낌이었어요. 정확히는 계단 쪽에서 보면 번호 순서가 서서히 앞으로 당겨지는 것 같은데, 누가 일부러 그렇게 붙여놓지 않는 이상 설명이 안 됐습니다.

저 말고도 이상함을 눈치챈 사람이 있긴 했어요. 같은 라인에 사는 분이 “어제 너네 기둥 14였지?” 하고 물어보는데, 그분도 어제 분명히 14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우리가 잘못 본 거 아니야” 같은 말을 하면서도, 결국은 관리사무소에 사진을 올렸어요. 제가 찍은 사진이랑 그분이 찍은 사진을 비교했는데, 둘 다 날짜만 다를 뿐 번호 배치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처음엔 “야간에 조명 밝기나 반사 때문에 번호가 헷갈릴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실제로 지하주차장 천장 형광등이 가끔 깜빡이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며칠쯤 지나자 번호가 단순히 한 칸씩 밀리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날은 제가 늘 보던 기둥 14가 아예 다른 위치에 붙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차는 그대로인데 기둥만 다른 자리로 옮겨온 것처럼, 시선이 붙는 지점이 자꾸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처음엔 제 눈이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제가 이상함을 잡아두려고 메모를 시작했어요. 날짜, 시간, 기둥 번호를 적고 사진도 남겼죠.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그때는 진짜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제 차 앞으로 갔는데, 기둥 표지가 아직 “붙어 있는 중”처럼 보였어요. 종이 같은 번호판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바람도 없었고, 사람 발자국 소리도 없었는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그 번호판은 제 눈앞에서 다시 제 위치를 찾듯 딱 정렬됐습니다. 그날 확인해보니, 번호 순서가 전날이랑 완전히 반대로 돌아가 있었어요.

그 뒤로 저는 될 수 있으면 그 통로를 늦게는 안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둥 번호가 바뀌는 날엔 차를 댄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내 차 옮겼냐”는 말이 꼭 한 번쯤 나왔어요. 물론 실제로 옮겨지진 않았겠죠. 다만 주차선과 기둥의 번호가 사람 머리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순간, 누군가는 ‘내가 알던 위치’가 지워진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다들 습관적으로 같은 기둥을 확인하다가, 결국 서로를 보며 얼굴이 하얘지는 거예요. 그 표정이, 정말 이상하게도 매번 비슷했습니다.

저는 어느 날부터 번호를 그냥 숫자로만 보지 않게 됐어요. 숫자들이 바뀌는 방식이 “무작위”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매일 정해진 규칙으로 줄을 세우는 것 같았거든요. 특히 14랑 15 사이에서 변화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어떤 날엔 14가 제 눈에 띄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어떤 날엔 15가 먼저 보이는 식으로요. 저는 그때부터 제 자신에게까지 묻게 됐어요. “내가 보는 방식이 바뀐 건가, 아니면 주차장이 날 바꾸는 건가.”

마지막으로, 제일 소름이 돋았던 날은 비가 아주 조금 오던 아침이었어요. 저는 잠깐만 내려가서 차문만 닫고 바로 올라가려 했는데,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전에 지하주차장 쪽에서 누가 번호판을 손으로 문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기 때문에 철판끼리 닿는 소리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소리는 제 발걸음과 맞춰서 다가오다가, 제 앞 기둥에서 갑자기 끊겼어요. 저는 뒤를 돌아볼 용기도 없고, 그냥 기둥 번호를 봤습니다. 그날 기둥에는 제가 기억하는 숫자와 달리, 제 주차칸이 아닌 다른 번호가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숫자가 틀린 게 아니라, 제가 아직 “기억 못 한” 번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는, 다음 날 아침에 어떤 숫자가 보일지보다… 내가 그 번호를 ‘알고 있는 척’하게 될지가 더 무서워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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