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2층이 아닌 층이 찍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2층이 아닌 층이 찍힘.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어.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가 워낙 구형이라 버튼이 가끔 먹통이 되기도 했고, 출근 시간엔 사람들이 우르르 타니까 손가락이 스치면서 잘못 눌리는 경우도 흔하거든. 근데 그날은 달랐어. 나는 평소처럼 2층을 눌렀는데, 뭔가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표시창이 2층이 아니라 전혀 다른 숫자로 넘어가더라.
그냥 순간 착각이겠지 싶어서 다시 2층 버튼을 눌렀어. 그런데 이번엔 더 확실하게 찍혔어. 표시창엔 분명 다른 층이 들어왔고, 엘리베이터가 그 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 나는 손을 빼고 멈추는 버튼을 눌렀는데도 문이 닫히고 속도가 붙더라. 옆에 있던 직원도 아무 말 없었어. 그 사람은 아마 내가 뭘 누른지 못 봤겠지 싶었는데, 출입문이 닫힐 때 잠깐 눈이 마주쳤거든. 그 표정이… 이상하게 굳어 있었어.
나는 급하게 다시 층을 확인했어. 2층이면 회의실이랑 정문 쪽으로 바로 이어지고, 오늘도 그쪽으로 가야 했거든. 근데 엘리베이터는 6층으로 올라가고 있었어. 6층은 거의 안 쓰는 부서들이랑 창고가 있는 구역이라, 거기까지 올라갈 일이 없는데 말이야. 어차피 다시 내리면 되지 하고 버텼는데, 엘리베이터가 6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리기 전에 표시창이 한번 깜빡이더니 6층이 아닌 다른 숫자처럼 보였어. 분명 6층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으로 확인할수록 숫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었어.
문이 열렸고, 복도엔 불이 켜져 있었어.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 회사 복도 특유의 냄새랑 발소리 울림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건물에서 막 먼지 털고 나온 것 같은 공기가 났어. 직원이 따라 나오지 않는 걸 보자 더 불안해졌어. 나는 “혹시 잘못 탔나 봐요” 하고 말하려다 멈췄어. 옆에 있던 그 직원은 이미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손을 뒤로 숨기듯 하고 있었거든. 마치 누가 시켰다는 걸 들키기 싫은 사람처럼.
내가 6층에서 내려야 할지, 그냥 타고 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다시 닫혔어. 그리고 이번엔 표시창이 더 노골적이었어. 6층에서 한 번 멈췄다가, 마치 다음 목적지를 알아서 정하듯 바로 3층으로 넘어갔지. 나는 그때부터 뭔가 “2층”이 특정 버튼이 아니라, 어떤 규칙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2층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그걸 거부하는 느낌. 반대로 다른 층을 누르면 또 다른 순서로 어긋나고.
그날 이후로 회사에선 내가 유난히 엘리베이터를 피하게 됐어. 누가 장난 친 거면 금방 티가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장난의 결과는 늘 나한테만 돌아오더라. 사람들은 “층수 바뀐 거네?” 하고 웃을 타이밍에, 나는 이미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있거나, 표시창이 다음 숫자로 바뀌는 걸 보고 있었거든. 특히 2층 버튼은 손가락이 닿는 순간 느낌이 달라. 버튼 표면이 약간 미끄러운 것처럼, 눌리는 감각이 아니라 ‘밀리는 감각’이 들어.
며칠 뒤엔 야근하고 혼자 탔는데, 더 확실하게 확인됐어. 나는 일부러 천천히 2층을 누르지 않고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려둔 상태로 잠깐 기다렸어. 그래도 엘리베이터는 출발하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누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이 2층이 아니라 곧바로 다른 층으로 넘어갔지. 이상한 건 출발하는 동안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는 거야.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 사이로, 누군가 종이 넘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손톱으로 유리 긁는 소리 같기도 한… 짧고 끊기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내가 상상했나” 하고 무시하려 했는데, 문이 닫히면서 그 소리가 딱 끊겼어.
그래서 결국 내가 들킨 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내가 엘리베이터를 ‘다르게 대하고 있다는 것’ 같았어. 2층을 향해 누르는 순간, 뭔가가 내 의도를 읽는 느낌. 그리고 그 의도에 맞는 층이 아닌 다른 층을 대신 찍어버려. 더 이상 설명하려면 너무 미련해지니까 줄일게. 다만 그 이후로는 2층을 누르기 전에, 일부러 다른 버튼을 먼저 눌렀어. 예를 들어 2층 가기 전에 7층을 한 번 눌렀다가 2층을 눌러. 그러면 이상하게도 정상적으로 2층이 들어가더라. 사람들은 “버튼 순서가 중요하네” 하고 넘길 수 있는데, 난 그게 ‘순서’가 아니라, 뭔가의 반응을 잠깐 다른 걸로 돌려놓는 것 같았어.
지금도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2층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잠깐 멈칫해. 손가락이 버튼 표면에 닿기 전에, 마음속에서 한 번 더 묻거든. “정말 2층으로 가는 게 맞아?” 그러면 그 순간 표시창이 미세하게 깜빡여. 그리고 다음 숫자가 뜨기 전, 아주 잠깐… 내 뒤에서 누가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소리가 난다. 문이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 소리는 항상 사라져.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내릴 때는 이미 다른 층에 도착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