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컵라면 바코드 찍히는 소리가 새벽마다 반복됨
새벽 두 시쯤만 되면 편의점 안에 “삑-삑” 하는 바코드 찍히는 소리가 반복돼요. 처음엔 손님이 또 와서 계산하는 줄 알았는데, 매장 문 열리는 소리도 없고 CCTV 화면에선 아무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런데도 카운터 쪽에서 똑같은 타이밍으로 소리가 울려요. 그게 며칠째라서 결국 저도 못 자고 듣게 됐습니다.
저는 심야 알바를 오래 했는데, 그날부터 이상했어요. 원래 새벽이면 가끔 도시락이나 컵라면 사 가는 사람은 있어도, 새벽마다 딱 정해진 시간에 바코드 찍는 소리만 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소리는 항상 카운터 오른쪽, 계산대 바로 위에 있는 스캐너에서 나는데 손님이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문 닫힌 상태에서 소리가 나니까 더 찝찝했고요.
처음엔 “전날 누가 남기고 간 건가?” 싶어서 체크했어요. 계산대 위에는 컵라면 몇 개가 진열돼 있고, 스캐너 선도 정상이고, 영수증 프린터도 멀쩡했거든요. 그래서 기계 문제인가 싶어서 바코드 스캐너를 껐다 켜봤는데,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요. 꺼도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꺼놔도 자동으로 다시 켜지듯 타이밍이 맞춰지더라고요. 정말로 날짜만큼 꾸준했어요.
더 이상해서 저뿐 아니라 다른 직원도 확인하게 만들었어요. 주말엔 점장님이 직접 밤에 나와서 CCTV 보면서 “문 안 열렸는데 누가 찍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화면에 잡히는 건 조용한 내부만 있고, 계산대 위에 무언가가 ‘올라간다’ 같은 흔적도 없었어요. 대신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화면이 아주 잠깐씩 흔들리는데, 그 순간에 딱 맞춰 “삑” 소리가 났습니다.
제가 제일 무서웠던 건 컵라면 때문이에요. 소리가 울리는 날이면 다음 날 진열 상태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거든요. 누가 손대지 않는 시간대인데, 카운터 옆에 있던 특정 컵라면 두 개가 앞쪽으로 당겨져 있거나, 라벨이 살짝 틀어진 채로 놓여 있곤 했어요. 저는 처음엔 누가 몰래 진열을 하거나 손님이 실수로 그런 줄 알았는데, 정리 내역을 보면 그 시간에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한 번은 제가 일부러 도전했어요. 새벽 두 시를 기다렸다가, 소리가 날 때 스캐너에 손을 대고 “누가 하는 거냐”고 말하면서 스캐너를 잡아뒀죠. 그랬는데 소리가 커졌다가 갑자기 멎는 게 아니라, 스캐너 잡은 제 손등 쪽으로 ‘차갑게’ 느껴질 정도의 감각이 퍼졌어요. 동시에 화면에선 계산대 위 그림자가 한 박자 늦게 생겼다가 사라졌고요. 그날 이후로는 말이 안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한 건 단순한 고장이나 장난이 아니라, 가게 안에 남아 있는 뭔가가 ‘절차’를 따라 하려는 것 같다는 거였어요. 바코드 찍는 건 단순 소리가 아니라, 결제 처리라는 과정이잖아요. 그게 없으면 뭔가가 마무리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소리가 나는 날에는 손님이 오지 않는데도, 계산대 쪽 종이박스나 장바구니가 미세하게 정돈된 상태로 발견됐어요. 누가 일부러 “마지막 단계를 끝내겠다”는 것처럼요.
그 다음 주엔 더 노골적으로 변했어요. 새벽 두 시가 아니라 두 시 십 분, 두 시 이십 분으로 소리 시간이 조금씩 밀렸고, 그 간격이 사람 걸음처럼 들리더라고요. 마치 누군가가 천천히 계산대로 다가오면서 ‘지금부터 찍을게’ 하는 리듬을 맞추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CCTV엔 여전히 사람이 없어요. 대신 음성만 남고, 움직임은 없는 느낌이라 더 이상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 점장님이 결국 가게 물건 바코드 라벨을 전부 새로 붙였어요. 그래도 다음 날 새벽엔 같은 소리가 났고, 이번엔 소리와 함께 카운터 아래에서 아주 작게 “틱… 틱…” 하는 소리도 섞여 나왔어요. 저는 그때 확신이 들었어요.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습관 같은 게 가게 안을 맴돌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그 습관이 결국 “결제”라는 행동으로만 표현되는 거라면, 편의점 안에서 컵라면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아직 끝내지 못한 밤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새벽에 잠이 더 빨리 깨요. “삑-삑” 소리가 들리기 직전에, 이상하게도 입안이 마른 채로 숨을 삼키게 되거든요. 문이 열리는 소리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왜인지 모르게 저도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서요. 마지막에 남는 건, 소리가 아니라 그 다음 단계예요. 다음엔 누가 ‘정확히’ 무엇을 올려놓고, 무엇을 찍게 될지… 그 생각이 계속 마음 한구석을 긁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