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밤마다 창문 틀이 살짝 열린 채로 있음
원룸에서 밤마다 창문 틀이 살짝 열린 채로 있음. 처음엔 그냥 바람이 세게 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너무 규칙적이라서 어느 날부터는 “아, 이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라.
그 방에 산 지 두 달쯤 됐을 때부터였어. 퇴근하고 들어와서 창문을 꼭 잠그고 커튼을 치면,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창문 틀이 딱 1~2cm 정도 열려 있어.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들어갈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바람이 오는 날이 아니라도 꼭 그만큼 열려 있더라.
처음엔 내 실수겠지 하고 하루 이틀은 그냥 넘겼어. 근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없는 날에도, 심지어 난방 틀어놓고 창문 닫는 게 습관인 날에도 똑같았어. 손으로 창문을 닫으면서 “이 정도면 확실하지” 싶게 눌러도, 밤만 지나면 같은 위치로 돌아가 있더라고.
그래서 시험 삼아, 잠자기 전에 창문 틀에 종이쪽지 하나를 끼워두는 걸 해봤어. 다음 날 그 종이가 찢겨 있거나, 한쪽이 살짝 구겨져 있으면 괜찮은데, 이상하게도 종이는 멀쩡하고 대신 위치만 조금씩 바뀌어 있었어. 마치 누가 창문을 열었다가, 종이는 건드리지 않고 딱 다시 끼워맞춘 것처럼.
그 후엔 더 노골적으로 체크했지. 창문 손잡이 주변에 투명 테이프를 얇게 붙여서 “열리면 반드시 티가 나게” 만들었어. 결론은… 아침에 테이프는 멀쩡한데, 손잡이 쪽은 미세하게 들린 흔적이 있었어. 테이프가 끊긴 건 아닌데, 마치 누가 아주 조심스럽게 힘을 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느낌이랄까.
관리실에 물어보기도 했어. 내 방만 유독 그런 건지, 창문 틀이 원래 헐거운 건지. 근데 관리실 아저씨는 “다들 잘 쓰시는데요” 하면서도, 방문해서 보더니 “창문 고무가 좀 닳긴 했네요. 바람 들어오지 않게 조절해볼게요”라고 했지. 조절을 한다고 해놓고, 며칠 지나 또 똑같이 열려 있더라.
그때부터는 소리에 더 예민해졌어. 밤이 되면, 딱 잠들기 직전쯤에 아주 작게 “딸깍” 하는 느낌이 나. 귀로 듣는다기보단, 진동처럼 느껴져. 침대에서 몸을 뒤집어 창문 쪽을 보면, 커튼 틑 사이로 어둠이 한 번 출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내가 상상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 ‘딸깍’이 있기 전날엔 창문이 안 열려 있는 걸 한두 번 봐서 더 헷갈렸어.
어느 날은 휴대폰을 충전기 꽂아놓고 녹화까지 해봤다. 배터리 아끼려고 밤새는 못 하고, 새벽 2시~3시 구간만 찍었는데 영상은 특별한 게 없었어. 움직임도 없고 그림자도 안 보이고, 창문도 닫힌 채로 보였거든. 그런데 아침에 확인해보면 또 똑같이 1~2cm가 열려 있었어. 그럼 질문은 하나야. 내가 못 본 사이에 열린 건지,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으로 “원래 있던 것처럼” 맞춰져 있는 건지.
마지막으로 내가 해본 건, 창문 틀에 아주 작은 모래를 한 알씩 떨어뜨려서 흔적이 남게 만드는 거였어. 바보 같지? 근데 진짜 바보 같은 게 제일 무서운 법이더라. 아침에 모래가 조금씩 옮겨져 있었고, 창문이 흔들린 양상과 딱 맞아떨어졌어. 열고-닫는 행동이 있었다는 건 확실한데, 이상하게도 방 안에는 아무것도 흐트러지지 않았어. 신발장 냄새나 먼지나 그런 것도 그대로였고, 문고리나 침대 주변도 멀쩡했거든.
그날 이후로는 일부러 창문을 더 세게 닫아보는 걸 그만뒀어. 오히려 커튼을 치지 않고, 창문을 닫아도 손을 떼는 순간이 더 안전한 것 같았거든. 이상하게도 닫고 나서 “이제 됐지?” 하고 확인하려고 손을 다시 대는 날엔, 다음 날 창문이 더 크게 열려 있었어. 지금도 밤이 되면, 나는 자꾸 창문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그런데도 잠깐 잠깐, 어둠이 틀 사이로 스치고 나면… 열려 있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누군가가 “열어둔 채로 알맞게 숨 쉬고 있다”는 느낌만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