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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줄이니 더 멀어지는 기분

2026-10-29 19:12:14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락을 줄이니 더 멀어지는 기분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자꾸 따지게 되더라. 만나고 나면 괜찮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 텀이 조금씩 늘어나고, 그 틈 사이로 마음이 먼저 굳는 느낌. 상대는 딱히 “싫어” 같은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카톡 알림이 와도 반갑기보다는 먼저 계산하게 됐어. ‘답장 늦으면 내가 더 신경 쓰는 건가’ 이런 생각부터 들면서부터였지.

우린 바쁘지 않은 날엔 서로 티키타카 잘 했어. 퇴근하고 나면 “오늘 뭐했어?” “오늘 카페 가고 싶었는데” 같은 식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주말엔 뭐 볼지까지도 이야기했거든. 근데 어느 주부터였는지, 상대가 대화 주제를 끊는 느낌이 났어. 내가 “너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답은 오는데, 말이 짧아지고 답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늦어지고… 그때부터 내 머리가 너무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어.

나는 불안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나름 전략을 세웠어. 그때 떠오른 게 “연락을 줄이면 덜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까?”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오히려 더 멀어지더라. 먼저 내가 카톡을 보내고 싶어도 꾹 참다가, 하루에 한 번만 보내고, 답이 오면 바로 이어서 묻지 않고 텀을 두는 식으로 맞춰갔어. 아예 대화를 끊은 건 아닌데,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가진 않으니까 상대도 편해질 틈이 없었던 건지… 점점 더 서로 말수가 줄어들었어.

그렇게 “나도 안 바쁠 만큼은 보내자”에서 “나도 기다려보자”로 바뀌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날이 딱 기억나. 저녁에 내가 “내일 시간 괜찮아?”라고 물었어. 상대는 “응, 근데 갑자기 일이 생길 수 있어”라고 답했지. 그리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 “일정 봐야 할 것 같아”라는 말만 왔는데, 그 다음 내용이 없더라. 평소 같으면 “그래도 내가 맞춰볼게” “어느 시간대가 편해?” 이런 식으로 이어졌을 텐데, 그날은 그냥 끝났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어. “괜찮아” “연락 줘”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날도 일부러 덜 보냈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덜 보냄’이 상대에게는 “더는 물어볼 필요 없겠다”로 들렸는지, 그 뒤로는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는 빈도가 확 줄었어. 나는 내가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내 마음이 식은 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잖아. 그 가능성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더라.

며칠 뒤, 진짜 현실적인 순간이 왔어. 주말에 볼까 하다가, 결국 상대가 “이번 주는 좀 힘들어서 다음에 보자”라고 말한 거야. 그 말도 차갑진 않았어. 오히려 걱정 섞인 톤? 근데 나는 그 문장에서 이상한 확신이 들었어. ‘이 사람이 나랑 시간을 이어가는 방식이 예전이랑 다르다’는 느낌. 그래서 대놓고 따지긴 싫어서, 카톡으로 “괜찮아. 컨디션만 먼저 챙겨”라고만 했지. 그런데 보내고 나서, 그 말이 너무 가볍고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계속 후회했어.

그날 이후로는 더 복잡해졌어. 상대는 바쁜 건지, 그냥 마음이 식은 건지 모르겠는데 연락이 줄어드는 건 똑같더라. 나는 오히려 더 신경 쓰게 되어서, 답장 읽고도 한 번 더 기다렸다 보내고, 질문은 줄이고 감정 표현도 줄이고. 근데 이런 방식은 서로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어. 대화가 생기면 “응” “그래” 같은 말로 끝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캐치가 늦어지는 느낌.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카톡 자체가 숙제가 되는 거야. 그 숙제를 하느라 서로의 마음을 더 놓치고, 또 놓치고… 진짜 이상한 악순환이더라.

그래서 결국 나는 어느 날, 아주 솔직한 톤으로 한 번만 말해봤어. “나 요즘 답이 좀 늦어 보이면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어서 마음이 불안해지더라. 그래서 연락을 줄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이라 그냥 말해보고 싶었어.” 길게 보냈더니 상대는 답을 빨리 하진 못했지만, 다음날 “미안. 나 요즘 일이 좀 겹쳐서 너한테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너 마음 불안하게 만들었으면 정말 미안”이라고 왔어. 그리고 “이번 주도 일정이 애매한데, 가능하면 평일에 짧게라도 만나자”라고 덧붙였고.

그 한 번의 솔직함이 완벽히 해결해주진 않았어. 그래도 그 후로는 최소한 ‘서로의 방식’이 보이기 시작했어. 상대가 바쁘면 바쁘다고 먼저 말해주고, 내가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너무 티 안 내려고 참지 않고 한번은 표현하는 거. 근데 문제는… 그때 이미 연락을 줄이면서 생긴 공백이 너무 컸다는 거야. 만나기로 한 날도 “오랜만에 보네”보다 “요즘 어땠어”를 꺼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더라. 예전엔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대화가, 이제는 손잡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느낌이었어.

지금도 가끔은 생각해. 내가 연락을 줄였던 선택이 정말 배려였을까, 아니면 상대가 멀어지는 걸 더 쉬워지게 만든 걸까. 상대는 미안하다고 말했고, 나도 괜찮다고 넘기려고 했는데,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더라. 누군가를 사랑하면 무조건 들이대야 한다는 뜻은 아닌데, 그렇다고 침묵이 답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연락을 줄이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말하지 않은 거리’가 더 커지는 기분. 그 거리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다른 속도로 보게 되고,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돼. 아직 좋아하는데도 왜 이렇게 늦게 알아차렸는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하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게. 한 번쯤은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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