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근무교대 시간이 됐는데도 초소 문이 안 열림
군대에서 근무교대 시간이 됐는데도 초소 문이 안 열림. 그날은 그냥 평범하게 “몇 분 남았다”는 말만 오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초소 쪽에서 아무 소식이 없는 게 이상해지더라. 새벽 공기가 차갑게 들어오는데, 철문이 원래 그렇게 버벅거리는 편도 아닌데도 손잡이에 손을 올리면 아무 반응이 없었어.
나는 교대조였고, 내 앞번호가 초소로 들어가야 다음 순서가 이어지는 구조였어. 시계 보니까 딱 교대시간. 대기병은 초소 앞에서 손전등을 비추고 있는데도 안쪽이 어둡고, 문틈에서 바람 빠져나오는 소리조차 없었어. “야, 문 좀 열어!” 하고 여러 번 불렀는데, 대답이 아니라 묘하게 눌린 숨소리 같은 게 한 번 들렸다가 뚝 끊기더라.
원래 초소는 내부에서 닫으면 바깥에서 열쇠로만 여는 방식이잖아. 그래서 문이 안 열리는 건, 안에 사람이 없거나 누군가가 일부러 잠가놓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보통은 그날 근무자들 얼굴이 보이게 창문으로라도 움직임이 있어야 하거든. 근데 그날은 그마저도 없었어. 손전등을 문 틈 아래로 비춰도 바닥이 아니라 그냥 더 어두운 구멍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고.
대기병이 “혹시 깜빡했나?” 하고 다시 호출했는데, 이번엔 문 안쪽에서 아주 천천히 철이 긁히는 소리가 났어. 누가 열어줄 때 나는 소리랑 비슷한데, 그 소리가 진행되기 전에 멈췄어. 그 후로는 아무 소리도 없어. 숨소리는 없고, 발소리도 없고, 장비 끌리는 소리도 없고. 그냥 ‘문이 아직 닫혀 있는 상태’만 고집하는 것 같았달까.
나는 순간적으로 소대장 호출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교대가 밀리면 뒤에 인원까지 다 엉키니까 일단 직접 확인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 그래도 철문은 혼자 힘으로 밀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결국 바깥 열쇠를 써야 했지. 그런데 열쇠를 꺼내려는데, 손이 좀 이상했어. 장갑을 꼈는데도 금속 감촉이 아니라 손바닥이 먼저 차가워지는 느낌이랄까. 손에 땀이 다 마른 것처럼 미끄러웠어.
열쇠를 맞추려고 문 앞에 붙었을 때, 문 안쪽에서 “교대 시간 지났…” 하는 말이 아주 작게 들렸어. 분명 사람 목소리 같았는데, 단어가 정확히 이어지지 않고 중간중간 끊어졌어. 그리고 그 뒤로는 ‘문이 열릴 것처럼’ 손잡이가 살짝 흔들리는 진동이 왔는데, 돌아가는 각도도 비정상적이었어. 마치 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관절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그때 대기병이 뒤에서 “야, 너 그거 들었어?” 하고 물었는데, 나는 대답하기도 전에 문틈으로 바람이 아니라… 공기 같은 게 흘러나오는 걸 봤어.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닌데, 손전등 빛이 닿는 영역이 이상하게 뒤틀리더라고. 그 순간 문 안쪽이 하필 너무 어둡게 ‘깊어져’ 보였고, 어둠이 벽처럼 고정돼 있는 느낌이 들었어. 보통은 어둠이 그냥 어둠인데, 그날은 ‘어둠이 움직였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
결국 우리는 초소 안을 열어보기 전에 상급자를 부르기로 했어. 교대조가 임의로 들어갔다가 일이 커지면 책임이 커지니까. 그래서 무전기로 상황을 말하려는데, 무전기에서 잡음이 잠깐 늘었다가, 이상하게도 내 목소리랑 겹치듯 다른 소리가 섞였어. “열어…” 같은 단어가 들리는데, 그건 내가 말하기 전에 이미 들어와 있던 거야. 그래서 더 무섭더라. 누가 우리보다 먼저 말을 걸고 있는 느낌이랄까.
소대장이 도착해서 열쇠로 문을 열었을 때, 문은 평소처럼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려야 하는데 그냥 스르륵 미끄러지듯 열렸어. 안쪽 근무자는 분명 있어야 했는데, 초소 안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고, 의자 위에 늘어놓은 근무복도 없었어. 대신 난로 같은 장치가 켜져 있어서 공기는 따뜻했는데, 따뜻한 공기에서 나는 냄새가 평소와 달랐어. 그리고 가장 이상한 건, 책상 위 시계가 멈춰 있었는데 멈춘 시간이 교대시간이랑 똑같았다는 거야.
그날 이후로 우리 초소가 아예 손 안 대는 구역처럼 취급됐고, 교대시간만 되면 다들 말수가 줄어들었어. 근무교대는 원래 ‘이미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일’인데, 그날은 시간이 먼저 멈추고, 그 다음에 사람들이 달려든 느낌이었거든. 지금도 생각하면 문이 안 열리던 순간부터, 우리가 부른 말이 문 밖으로 나간 게 아니라… 문 안에서 다시 돌아온 것 같아. 군대에서 교대는 늘 사람을 바꾸는데, 그날은 시간이 사람을 대신 바꾸고 있었던 거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