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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선 차를 세우면 항상 번호판이 한 자리씩 다르게 읽힘

2026-10-30 04:29:13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선 차를 세우면 항상 번호판이 한 자리씩 다르게 읽힘.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가 했는데, 그게 계속되니까 이제는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괜히 숨이 턱 막힌다. 엘리베이터 버튼 누를 때마다 등 뒤가 서늘해지고, 주차장에서 나올 때마다 휴대폰으로 번호판을 다시 비춰보게 된다.

우리 동네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라 지하주차장이 넓고 깔끔한 편이야. 근데 입주하고 한 달쯤 됐을 때부터 이상한 걸 느꼈어. 내가 내 차를 타고 들어가면 보통 관리실 쪽 CCTV 모니터에 내 차가 잡히잖아? 그런데 다음 날 관리실에서 “어제 차 번호가 잘못 접수됐어요”라고 연락이 왔어. 내 번호는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말한 번호랑 한 자리만 다르더라.

나는 당연히 “아니에요. 제 번호는 이거예요” 하면서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지. 근데 관리실 직원이 보여준 화면은 생각보다 흐릿했어. 번호판 글자가 뭉개져서 정확히는 못 읽겠는데도, 그들이 반복해서 말하던 건 항상 “한 자리만 바뀐 형태”였다는 거야. 예를 들면 내 번호가 ‘12가3456’이면 그들은 ‘1X가3456’ 혹은 ‘12가3X56’ 이런 식으로, 정확히 하나만 바뀌는 쪽으로 계속 기억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처음엔 직원이 실수했겠지 싶었는데, 더 웃긴 건 그 뒤로 내 차가 같은 칸에 있어도 매번 결과가 달랐다는 거야. 나는 주차 위치를 고정해 두고 다녔어. 늘 기둥에서 왼쪽으로 두 칸, 통로에서 세 번째 줄. 그런데도 새벽에 연락이 오면, 어떤 날은 앞자리 한 자리, 어떤 날은 가운데 한 자리, 어떤 날은 뒤자리 한 자리. 항상 “딱 한 자리”만 다르게. 마치 누가 일부러 한 글자만 바꿔놓고 지나간 것처럼.

그래서 내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어. 지하 1층에서 내 차로 다시 들어가서, 차 앞쪽 유리창에 반사된 번호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봤지. 조명이 일정하게 깔려 있어서 보통은 또렷하게 보일 텐데, 사진을 확인하면 신기하게도 ‘내 눈으로 본 것’이랑 ‘카메라로 찍힌 것’이 같지 않았어. 눈으로는 분명한데, 화면 속 숫자는 한 자리만 빗나가 있었거든. 정확히는 네 자리쯤은 맞는데, 그중 하나가 항상 애매하게 다른 숫자처럼 보였어.

그럼 CCTV 화면도 똑같이 왜곡된 걸까? 생각하다가 관리실에 “번호판을 실제로 누가 만지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은 “아뇨. 그런 건 못 봤어요. 근데 번호가 이상하게 들어와서…”라고만 하더라. 그 말투가 좀 이상했어. 변명 같기보다, 이미 반복된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굳어 있었거든. 그리고 덧붙인 말이 더 찝찝했어. “어떤 날은 차 빼고 나간 뒤에야 알게 되더라고요. 근데요… 그건 꼭 한 자리만 틀려요.”

그날 이후로 나는 주차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습관이 생겼어. 차를 세우기 전에 잠깐 멈춰서, 번호판을 눈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출차할 때는 반대로 번호판이 내 휴대폰 화면에 어떻게 찍히는지 확인하고 나가. 그런데 이게 진짜 문제는, 확인을 할수록 더 확신이 흔들린다는 거야. 같은 칸에 세우는데도 “내가 지금 확인한 숫자”와 “어제 확인한 숫자”가 미묘하게 달랐거든. 숫자를 틀렸다는 게 아니라, 내가 머릿속에 넣어둔 ‘기준’이 계속 흔들리는 느낌. 마치 기억이 먼저 비틀리고, 그 다음에 눈이 따라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했어. 관리실에 엎드려 있는 아저씨가 “여기 지하주차장은 번호가 장난친다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날도 어떤 차가 “사고 접수”로 들어왔는데 번호가 하나 틀렸대. 그래서 보험이랑 연락이 엇갈리면서 일이 커졌다고 했지. 당사자들도 이상하게 느꼈던 게, 틀린 번호가 매번 랜덤이 아니라 “딱 한 자리만” 틀렸다는 거야. 그들이 말하던 조합이 내 상황이랑 묘하게 겹치기도 했고.

나는 결국 특정 칸을 피하려고 했어. 운 좋게도 피하고 나면 연락이 줄어드니까, “그 칸만 유독”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피해도 소용이 없다는 거였어. 다른 칸에 세우면, 그 칸에서도 또 한 자리씩 달라졌어. 다만 위치가 바뀌면 바뀌는 방식이 달라질 뿐, 결과는 똑같이 한 자리. 그래서 나중엔 결론이 좀 이상하게 굳어졌어. 주차장 자체가 누군가의 시선을 흉내 내는 것 같다는 느낌. 차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대신 ‘거의 비슷하게’ 읽어버리는 거지. 마지막으로 내가 느낀 소름은, 어느 날은 내가 번호를 그대로 말해줬는데도 상대가 “그거랑 한 자리 다르게 들어온 기록이 있어요”라고 말하던 순간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차 문 열기 전에, 내 번호판이 아니라 내 목소리부터 먼저 떨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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