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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대기표 뽑으면 옆자리 사람 호흡이 먼저 들림

2026-10-30 08:29:10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대기표 뽑는 순간부터 이상했어. 나는 진료 접수하려고 기계 앞에 섰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눌렀는데 막 번호가 출력되려는 찰나에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숨을 “한 번, 길게” 내쉬는 소리가 먼저 들리더라. 보통은 대기표 소리나 직원 목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그때는 그 숨소리가 유난히 또렷해서, 내가 잘못 들었나 싶게 고개를 돌렸어.

사람들은 다들 조용히 앉아 있으니까 소리가 튀는 게 당연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 근데 문제는 ‘순서’였어. 대기표 기계에서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나올 타이밍이었는데도, 그 사람의 호흡이 먼저 딱 박혔거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못 느낀 건지, 아니면 다들 익숙해서 그냥 넘어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왠지 저 숨이 “방금 네 차례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어.

나는 번호를 뽑고도 잠깐 멍했어. 기계에서 나온 종이를 보니까 내 차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거든. 그런데 옆자리는 내가 보기엔 응급 쪽도 아닌 일반 내과 대기열이었어. 그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같았는데도, 숨을 내쉴 때마다 공기가 벽을 타고 오는 느낌이었어. 숨이 들리는 방향이, 꼭 내 귀 앞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한동안은 그냥 신경 쓰이는 정도였어. 그런데 진료실 호출 모니터가 켜지자마자, 그 순간부터 더 이상해졌어. 모니터에는 내 번호가 아니라 다른 번호가 먼저 떠서 나는 ‘아, 그냥 우연이었나 보다’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내 뒤쪽에서 누군가가 아주 짧게 기침을 했거든. 그런데 그 기침 소리보다 먼저, 똑같은 호흡이 또 들렸어. 방금 전 옆자리 사람의 호흡이랑 리듬이 너무 똑같아서 식은땀이 났다.

그 사람을 다시 쳐다봤는데,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었어. 다만 마스크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는데… 숨을 쉬는 방식이 일반적인 호흡이 아니라, 숨을 “맞춰주는” 것 같더라. 마치 누가 시계를 들고 박자를 세고 있고, 그 사람은 그 박자에 맞춰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는 것처럼. 물론 내가 미친 듯이 관찰한 건 맞아. 근데 너무 정확해서, 한 번 눈이 잡히면 놓이질 않았어.

그때 간호사 호출이 한 번 더 울렸어. 이번엔 정말 내 번호였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출음이 나오기 직전에 옆자리 사람의 호흡이 먼저 들렸어. 내가 일어서자마자 그 사람이 옆으로 아주 조금 몸을 돌렸고, 그 순간 그의 마스크 끈이 미세하게 흔들렸어. 나는 그게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소리를 내게 하려고” 만든 움직임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의 발걸음 타이밍이 그 호흡과 같이 맞춰졌다는 거야.

진료실 문 앞에서 서 있는데도 귀가 계속 그쪽을 향해 있었어. 내가 들어가야 하는데도 한 박자 늦어졌고, 그 사이 문틈 사이로 병원 내부 소리가 들렸지. 그런데 병원 특유의 소음 사이로, 아까와 똑같은 숨소리 리듬이 희미하게 이어지더라.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어. 대신 마음속으로 ‘설마’ 하고, 내 가슴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됐어.

진료를 보고 나와서 대기실을 다시 봤는데, 그 사람은 없더라. 누가 지나가며 옆자리 칸을 정리하는 중이어서, 내가 혹시 착각했나 싶었지. 그런데 대기표 기계 쪽에 가보니까, 방금 내가 뽑았던 번호 구간이 아니라 다른 번호들이 줄줄이 출력되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출력되는 종이 위로 손이 먼저 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손 움직임이 다들 “호흡”을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일정했어. 나는 그제야 아까의 호흡이 단순히 옆자리 사람의 숨이 아니라, 대기실 어딘가의 ‘신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뒤로도 가끔 생각나. 병원 가는 길에 대기표 기계 앞에서 버튼 누를 때마다, 내 귀가 먼저 한 번 멈칫해. 누가 뒤에서 호흡을 내쉬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그럼에도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보다 먼저 어떤 리듬이 들리는 것 같아. 병원에서는 순서가 바뀌어도,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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