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층수는 맞는데 버튼 불이 다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이상했어요. 분명 내가 누른 층수는 맞는데, 정작 버튼 불빛이랑 동작이… 꼭 누군가가 중간에서 바꿔 끼운 것처럼 달랐습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날 이후로, 같은 시간대만 되면 자꾸 비슷하게 반복돼요.
그날도 야근 끝나고 11시 40분쯤 사무실에서 내려오고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는 늘 그 시간대에 사람도 적어서, 보통은 조용하게 내려가기만 했습니다. 저는 7층에서 내리려고 7 버튼을 눌렀고, 불이 들어온 것도 확인했어요. 그런데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느낌이 채 오기도 전에, 위에서 한 번 “딸깍” 하고 뭔가 바뀌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도착했어요. 7층이 맞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제가 누른 버튼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7 버튼 불은 켜져 있었는데, 옆에 있던 6이나 8 같은 다른 층 버튼 불이 동시에 살짝, 아주 희미하게 켜져 있었거든요. 마치 “맞긴 한데, 다른 쪽도 같이 선택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별로 신경 안 쓰고 내리려고 했는데, 문이 닫히는 타이밍이 이상하게 빨랐습니다.
원래면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잖아요. 근데 그때는 제가 완전히 발을 내딛기 전에 ‘스르륵’ 하고 바로 닫혔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다시 7층 버튼 쪽을 봤는데, 불이 완전히 꺼져 있지 않았어요. 꺼졌다기보단, 색이 반쯤 바랜 것처럼… 빨간 불이 아니라 회색에 가까운 잔상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화면 보호나 고장이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손끝에 전기가 스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했어요.
다음 날도 똑같은 시간대에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이번엔 5층 버튼을 눌렀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도착 층은 5층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더 노골적이었어요. 5층 버튼 불만 켜져 있어야 하는데, 1층 버튼이 같이 켜져 있었어요. 불이 켜진 순간, 엘리베이터 안 조명이 잠깐 흔들리는 것 같았고, 공기 냄새도 바뀌었어요. 오래된 철 냄새에, 누가 젖은 헝겊을 말리다 만 것 같은 냄새요.
이상해서 건물 관리실에 말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관리실 직원이 “그런 고장 들어오면 바로 점검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말한 건 “층수는 맞는데 버튼 불이 이상하다”였잖아요. 그랬더니 직원이 웃으면서 “버튼 패널 LED는 간혹 잔상처럼 남을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는 위아래로 다니니까요”라고만 하더라고요. 말이 그럴듯한데, 솔직히 저는 ‘위아래로 다녀서 잔상’이라는 설명이 잘 안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며칠 뒤부터는 제가 그냥 버튼을 누르는 행동 자체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6층을 누르면 6층에 도착은 하는데, 6층 버튼 불이 켜지기 전 잠깐 다른 층 불이 먼저 반짝이는 게 보여요. 정확히는 ‘먼저’라기보단, 누르는 순간에 제 눈에 스치는 순서가 바뀌어요. 손을 눌렀는데도 불은 제가 누른 층으로 먼저 가지 않고, 옆 칸이 먼저 깨닫듯 반응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면 꼭 한 번은 문이 “너무 조용히” 닫힙니다. 소리가 줄어들었다기보다, 소리 자체가 목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가장 소름이었던 건, 어느 날엔가 제가 버튼을 안 누른 채로 타본 날입니다. 단순히 손이 바빠서, 그냥 문만 닫히고 이동하길 기다렸어요. 그런데도 도착은… 제 예상보다 더 정확하게 맞았어요. 문이 열리자마자 7층 표시가 떴고, 제 앞에 보이는 버튼 패널은 이미 켜져 있었습니다. 제가 누르지 않았는데도요. 그때 켜져 있던 건 7층이 아니라, 제가 예전에 가장 자주 내리던 층이었습니다. 9층. 저는 그날만큼은 정말로 엘리베이터가 제 생각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이후로도 자꾸 반복되는데, 이상하게도 늘 “층수는 맞는다”는 점이 문제를 더 키웁니다. 고장이라면 엉뚱한 층에 내리게 되거나, 경고라도 떠야 하는데 그런 건 없어요. 대신 버튼 불만 바뀌고, 문 닫히는 속도나 조명 흔들림 같은 것들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직전에 자동으로 패널을 훑게 됐어요. 불빛이 어떤 순서로 켜지는지를 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오늘도요. 7층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문 열리기 전부터 이미 옆 칸 불이 먼저 희미하게 반짝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층수는 맞아서 발걸음은 내려가는데, 이상하게도 문이 다 열리기 전에 버튼 잔상이 먼저 사라져요. 마치 누군가가 “도착은 네가 정한 대로 맞출 테니, 다음엔 네가 누르지 않는 걸 내 차례로 가져가겠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문이 열리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내 손이 아니라, 내 눈이 먼저 눌려버렸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