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냉장고에서 얼음이 자꾸 사람 손 모양으로 뭉침
원룸 냉장고에서 얼음이 자꾸 사람 손 모양으로 뭉침. 처음엔 그냥 에어컨 바람이나 습기 때문에 생기는 얼음 결정인 줄 알았어. 그런데 매번 모양이 너무 비슷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우연”이라고 넘기기 힘들더라. 나도 이상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며칠 연속으로 그게 나타나니까 결국 기록을 시작했어.
사건은 이틀째 되는 날 밤이었어. 나는 야식 먹고 남은 음료를 컵에 옮겨 담아 냉장고 안쪽 칸에 넣어놨거든. 그런데 아침에 냉동칸 문을 여는 순간, 얼음 트레이가 이상하게 비어 있었어. 분명 어젯밤엔 물을 받아 둔 게 있었는데, 트레이 안에는 투명한 얼음 덩어리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고, 그 덩어리가 손바닥처럼 납작하게 붙어 있었지. 손가락이 다섯 개로 뻗은 형태였고, 손톱처럼 얇은 선도 보였어.
처음엔 진짜로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냉동실 안쪽 모서리에 물방울이 튀었다가 얼면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얼음 덩어리를 숟가락으로 살짝 떼어 내서 싱크대에 버렸어. 그런데 버리는 내내, 그 얼음이 “딱딱”하게 부서지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천천히 눌러 만든 것처럼 층이 나뉘더라.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보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손가락 마디가 분명히 느껴질 정도였어.
며칠 뒤 또 생겼어. 이번엔 얼음이 트레이 아래칸에 붙어 있었고, 크기도 처음보다 조금 더 컸어. 손 모양은 그대로인데, 이번엔 손바닥 중앙이 살짝 움푹 들어간 모양이었어. 나는 일부러 휴지로 감싸서 만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휴지에 얼음이 달라붙는 감각이 손을 뻗는 느낌처럼 이상하게 전해졌어. 그때부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뛰더라.
원룸이라 생활 동선이 짧잖아. 나는 매일 아침 냉장고부터 열고 컵을 꺼내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냉장고 안쪽이 차갑다기보다 “막혀 있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안에 공기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얼음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있었다. 문을 열면 정면에서 보이는 쪽, 그러니까 내가 컵을 꺼내는 동작을 취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만 생겼지.
그래서 나는 냉장고 설정을 건드렸어. 해동 주기 확인하고, 냉동실 온도도 낮추거나 올려봤어. 물을 그냥 얼음으로 만들지 않고, 트레이를 완전히 비워 둔 날에도 다음날엔 얼음 손이 생겼더라. 그럼 도대체 물이 어디서 온 거지 싶었는데, 의심은 더 깊어졌어. 내가 쓰는 제품들 말고 냉장고 내부 어디선가 미세하게 새는 물이 생겨서, 그게 특정한 형태로 얼어버리는 건가 싶기도 했거든.
근데 그 의심을 깨는 일이 있었어. 어느 날은 잊고 있었는데,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얼음 손이 한 번 더 생겨 있었고, 이번엔 모양이 조금 달랐어. 손가락이 살짝 벌어져 있고, 가운데 손가락 쪽만 유난히 길게 뻗어 있었거든. 딱히 손가락을 “늘렸다”기보다, 형태가 굳어버린 방향이 달라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얼음 표면에 얇게 서리가 끼어 있는데, 그 서리가 마치 누가 손가락을 대고 문질렀다가 그대로 굳은 것처럼 번져 있었어.
나는 그때부터 혼자 확인하는 걸 멈추지 못했어.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휴대폰 플래시로 안쪽을 비춰봤는데, 얼음이 완전히 얼기 전 단계에서부터 형태가 잡히는 것 같았어. 투명한 물방울이 퍼지는 게 아니라, 먼저 “선”이 생겨. 손가락 마디처럼 보이는 모양이 먼저 그려진 다음에 덩어리가 채워지는 느낌. 그 장면을 보고 나서부터는, 얼음이 그냥 얼어붙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굳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과장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오래 봐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매번 같은 방향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는 게 너무 이상했어.
결국 나는 집주인에게 말하려 했는데, 문제는 증거였어. 냉장고 열면 손 모양 얼음이 생기는 건 나만 보니까, 막상 말하면 “그만 좀 먹고 잠이나 자라” 같은 소리 들을 게 뻔하지. 그래서 사진을 찍어 두었고, 얼음이 생길 때마다 시간 기록도 남겼어. 그런데 날짜가 바뀌는 새벽마다, 이상하게도 얼음이 생기는 순간 직전에 냉장고가 잠깐 멈추는 것처럼 보여. 전원이 꺼진 건 아닌데, 소리가 딱 끊겨.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 시작할 때, 냉동실 안에서 아주 희미한 ‘툭’ 소리가 나더라.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 돋았던 날은 오늘이야. 새벽에 갑자기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이번엔 얼음 손이 트레이 위에 올려져 있는 게 아니라, 유리 칸에 반쯤 눌린 채로 붙어 있었어. 손가락 끝이 유리 모서리를 향해 있었고, 마치 내가 문을 여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정확히 내 시선이 가는 위치였거든. 나는 말없이 문을 닫았는데, 닫자마자 냉장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도, 그 다음부터는 얼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어. 대신 냉장고 문 안쪽에 물자국 같은 게 손자국처럼 번져 있었고, 그 자국이 점점 흐려지는데도 모양만은 오래 남아 있더라. 원룸 냉장고에서 얼음이 손 모양으로 뭉치는 게, 그냥 고장인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어.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 다음 번에 내가 또 문을 열 때, 그 손이 이번엔 “다른 방향”을 향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나를 붙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