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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가방 지퍼를 열면 주문서 글씨가 바뀌어 있음

2026-10-31 00:29:13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 두 시쯤, 배달 대기 앱이 “출발 2분 전” 알림을 울릴 때까진 그냥 평소랑 똑같은 밤이었어요. 가게는 조용했고, 기사들 단톡도 잠깐 웃고 들어갔고요. 그런데 첫 주문을 받고 건물 계단을 올라가 배달 가방 지퍼를 한번 내리는 순간, 제 시야에 들어온 게 너무 이상했어요. 지퍼를 열자마자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주문서 한 장이, 방금 전이랑 글씨가 달라져 있었거든요.

처음엔 제 손이 잘못 인쇄된 건가 싶어서 다시 확인했어요. 주문서는 보통 종이 한 장인데, 상단에 가게명, 메뉴, 주소, 그리고 고객 요청사항이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들고 있던 건 “감사합니다”도 없이, 주소 줄이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글씨체도 다르고, 줄 간격이 미세하게 틀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고객 요청사항’ 칸에 적힌 문장이 제가 본 적 없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순간 배달 가방을 닫아버리고, 다음으로 담긴 음식이 괜찮은지 확인했어요. 김이 새거나 액체가 새는 건 아니었는데, 왜인지 종이만 유독 차갑게 느껴졌어요. 종이는 바닥에 붙어 있지 않아서 손으로 살짝 들어 봤는데, 그때도 종이 가장자리가 뭔가 젖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기라고 하기엔 끈적한 느낌이었고, 손끝이 아주 잠깐 간질간질했어요.

그 주문서에는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어요. “지퍼를 열면, 다시는 닫지 마.” 정확히 그 문장이었어요.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져서, 저는 멈칫하고 그 문장을 한 번 더 봤죠. 그런데 그 아래에는 고객 이름도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어요. 분명 앱에 뜨던 이름과 달랐고, 전화번호 일부도 다른 숫자로 보였어요. 저는 아예 가방 안에서 종이를 꺼내지 않고, 그냥 접어서 다시 넣었어요. 혹시 제가 착각했나 싶어서요.

하지만 이상한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고객이 문을 열고 나오긴 했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어요. 너무 빨리 닫고 들어가려는 것처럼 행동했거든요. 저는 “주문하신 거 맞으세요?” 하고 확인하려 했는데, 고객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제 손에 들린 주문서를 휙 보더니, 말도 안 나오고 그냥 문 쪽으로 몸을 틀었어요. 그때 제가 주문서 표면에 제 눈으로 보기엔 없던 글자 같은 게 스친 것 같았어요.

내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고객은 배달 가방 지퍼 쪽을 손으로 가볍게 건드렸어요. ‘딱’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요.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열어버렸네”라고만 말했어요. 그 뒤로는 아무 설명도 안 하고, 문을 거의 닫듯이 닫아버렸고요.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볼 틈도 없이, 계단 아래로 내려와 차에 올라타서 종이를 다시 확인했어요.

차 안에서 주문서를 천천히 폈는데, 이번엔 단순히 문장이 바뀐 정도가 아니었어요. 글씨가 더 선명해져 있었고, 아까 분명히 없던 줄이 생겨 있더라고요. “다음 배달은 너야.”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저는 손이 떨려서 종이를 쥔 손가락을 다시 펴야 했어요. 그리고 종이 맨 아래 구석에, 제가 오늘 수첩에서 메모해둔 배달 동선이 적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실제로 저는 그날 메모를 해뒀긴 했는데, 그 메모가 차 안에 있었고, 주문서에는 절대 적히면 안 되는 정보였거든요.

그때부터 앱 알림이 이상하게 계속 울렸어요. “거래 취소”, “수정 요청”, “고객 위치 변경” 같은 말들이 연달아 떠서, 제가 뭘 눌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고요. 그런데 저는 분명 취소 버튼을 누른 적이 없어요. 다만 지퍼를 여는 순간마다 주문서 내용이 바뀐 것 같았고, 배달이 끝날 때마다 종이가 더 ‘내 것’처럼 변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결국 그날 마지막 주문까지 다 끝내긴 했는데, 재미로 확인하려고 지퍼를 한번 더 열었다가, 주문서가 완전히 다른 페이지처럼 보이길래 다시는 못 열겠더라고요. 종이 위에 적힌 글씨가 제 이름을 쓰는 방식이 이상하게 익숙했어요. 마치 제가 어릴 때부터 써온 필체를 누군가 따라 한 것처럼, 그 애매한 각도까지 닮아 있었거든요. 그 뒤로도 저는 배달 가방 지퍼를 열 때마다 심장이 한 번씩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고, 집에 오면 손을 씻어도 손끝이 계속 종이 냄새처럼 남아 있는 날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일 소름이었던 건, 다음 날 아침에 가방을 정리하려고 지퍼를 내리는데, 주문서가 아예 종이가 아니라 얇은 흰 천처럼 보였다는 거예요. 반쯤만 열어도 글씨가 보였고, 보이는 줄은 단 하나였어요. “열어본 사람은, 다음에 닫는 법을 잊는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왜인지 지퍼를 닫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꼈어요. 지금도 가끔, 지퍼 소리가 울릴 때마다 제 손이 먼저 열어버릴까 봐 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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