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이 ‘방금 같은 손님’ 또 태운 적 있다 하심
택시 탔을 때 기사님이 중간중간 말이 없으시다가, 목적지 근처쯤 오니까 갑자기 “방금 같은 손님” 이야기를 하시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 기사님이 핸들을 잡은 손이 아주 잠깐 멈칫하더니, 창밖을 보면서 낮게 웃는 거야. “방금 전에요. 또 같은 분이 잡히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다른 차 타고 계실 텐데, 이상하죠.”
나는 그냥 피곤해서 멍하니 듣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말 이어가면서 자세히 설명하더라. “아까 승차하신 분이요. 같은 복장, 같은 말투, 같은 습관까지… 진짜 같은 분 맞나 싶을 정도로요.” 그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어. 택시 안 공기가 조금 더 차갑게 느껴졌고, 에어컨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더라.
처음 만난 손님은 한참 늦은 시간대였고, 비도 살짝 오던 날이었대. 기사님이 “비 냄새가 차에 스며들었는데, 그분은 젖은 것 같지가 않았어요”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좀 이상했어. 사람은 비를 맞으면 티가 나잖아. 근데 기사님은 유난히 “신발 끝”만 봤다더라. 신발이 젖지 않은 채로 탔다는 거야. 기사님 말투가 점점 확신 쪽으로 기울어지니까, 나도 덩달아 귀를 세우게 되더라.
또 같은 손님을 태웠을 때는, 내가 타고 있는 지금 시간대랑 거의 겹쳤대. 기사님은 배차 앱 알림을 확인하듯 화면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아까 그 사람 또 뜨더라”라고 말했어. 근데 이상한 건, 손님이 있는 위치가 말도 안 되게 가까웠다는 거야. 방금 내려준 사람일 리 없는데, 마치 같은 동선을 반복하는 것처럼 픽업 지점이 겹친다는 느낌. 기사님이 “이동거리상 말이 안 되는데, 그냥 뜨는 거예요” 하면서 한숨을 쉬었지.
나는 “혹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봤는데, 기사님이 고개를 가로저었어. “착각할 사람은 아니에요. 그분이 타면 꼭 이렇게 해요.” 그분은 택시 문 닫는 소리를 일부러 늦추는 버릇이 있고, 올라타자마자 기사님이 어디를 볼지 애매하게 시선을 옮기는데 그 패턴이 똑같았대. 그리고 목적지 얘기를 하기 전에, 아주 짧게 한마디만 하고 고개를 돌린다고. 그 한마디를 기사님이 그대로 흉내 내는데, 나도 그 말투가 머릿속에 남더라.
기사님이 특히 신경 썼던 건 “요금 얘기”였어. 그 손님이 현금을 꺼내기 직전에 항상 먼저 손바닥을 한 번 쓸어내린다고 하더라. 비가 오든 아니든, 땀이 나든 아니든. 마치 무언가를 털어내야 하는 사람처럼. 기사님은 그걸 보고 “이 사람은 자기 몸에서 뭔가를 의식적으로 떼는 걸 습관처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대. 근데 방금 같은 손님을 또 태웠을 때도 똑같이 그 행동이 나왔다는 거지. 그래서 기사님이 더 놀랐다고 했어.
여기서부터는 좀 설명이 꼬이는데, 기사님이 “내가 다시 전화를 했어요”라고 하더라. 앱에서 연락이 가능할 때가 있잖아. 근데 전화를 걸면 연결음이 한 번 가다가 끊긴다는 거야. 또 바로 재연결을 시도하면 이번엔 통화가 되는데, 그때 들리는 소리가 너무 이상했다고 했어. 누군가 숨을 고르는 소리처럼 들렸는데, 말은 없고, 배경음이 너무 조용하다는 거. 마치 사람은 있는데 소리가 없는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기사님이 그걸 듣고 나서 손님이 있는 쪽을 봤더니, 손님은 멀쩡히 앉아 있는데도 창밖을 안 본다는 거야. 대신 계기판 쪽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대.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말한 게, 나를 제일 서늘하게 만들었어. “처음엔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엔 사람이 아니라 ‘타이밍’ 같았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진 않았는데, 얘기하는 톤이 진짜로 흔들려 있었거든. 마치 어떤 구간에서는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손님은 그 장면에 끼워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뉘앙스였어. 그래서 “방금 전에 내렸는데, 또 잡히는 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린 거지.
나는 결국 내 목적지에 내려서 계산하고 나왔어. 기사님이 끝까지 조심조심 말했는데, 그 마지막 한마디가 자꾸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 “다음에 또 비슷한 분 태우시면, 절대 ‘아까’라는 말 하지 마세요.” 무슨 뜻인지 되묻기도 전에 문이 닫히고, 택시가 떠났거든. 그런데 그날 밤, 집에 들어와서도 내가 받은 기억들이 이상하게 한 박자씩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방금 같은 손님’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가끔 길에서 같은 구간을 지나갈 때면 등줄기가 살짝 서늘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