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이 매번 눌린 상태임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이 매번 눌린 상태로 돌아간다.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한두 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내가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항상 “딸깍” 소리 나고, 표시등도 계속 켜져 있는 거다.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다. 밤에 퇴근해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늘 어두컴컴하고, 그 사이에 손가락이 스치면서 버튼을 눌렀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날이든 다음날이든 ‘호출이 이미 접수된’ 느낌이 너무 확실하다는 거였다. 엘리베이터가 바로 오지 않는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내가 확인한 방식은 단순했다. 호출 버튼 옆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고, 주변을 잠깐 둘러본 다음,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그러면 30초~1분쯤 뒤에, 마치 누군가 눌러놓고 간 것처럼 표시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깜빡임이 특정 패턴을 갖고 있었다. 어떤 날은 늦은 밤 11시 넘어서부터, 어떤 날은 새벽 2시쯤부터.
관리실에 말하면 “누가 고장 난 버튼을 계속 만지는 거 아니냐”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확인했다. 지하주차장 쪽 CCTV는 엘리베이터 앞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는데, 화면 각도가 애매해서 손가락이 눌리는 장면까지는 잘 안 잡혔다. 대신 버튼 표시등만은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게 내가 본 전부인데도, 계속 ‘켜진 상태’로 유지되는 시간이 매일 비슷하게 반복돼서 소름이 돋았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가 호출을 받은 것처럼 층 표시도 바뀌는 순간을 목격했다. 내가 버튼을 누른 게 아닌데도, 외부 조명처럼 희미하게 바닥에서부터 빛이 훅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바람 같은 게 쓱 들어왔는데, 손잡이 잡기 전에 문틈 쪽에서 아주 낮게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사람 발소리도 아니고, 기계가 웅웅 거리는 그런 소리도 아닌데… 설명하기가 어렵더라.
그 뒤로는 점점 주변이 이상해졌다. 평소엔 지하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는 날이었는데, 어떤 날은 분명 아무도 없던 구역에 차가 한 대 들어와 있었다. 차를 몰고 온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을 더듬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차는 늘 며칠째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가 새벽에 잠깐 내려와서 버튼만 확인하고 올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버튼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벽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게 됐는데, 그때마다 내 뒤쪽, 버튼 쪽에서 아주 작은 반사광이 찍히는 걸 봤다. 형광등이 아니라… 버튼 테두리에서 튀어나오는 빛처럼 보였는데, 내가 고개를 돌리면 바로 멈췄다. 마치 누군가가 ‘지금은 들키면 안 된다’는 듯이 타이밍을 맞추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 관리실에서 나를 불렀다. “혹시 버튼 옆에 뭔가 붙였어요?” 하고 묻더라. 난 아무것도 안 붙였다고 했는데, 그 말하는 표정이 이상했다. 관리실 쪽에서 본 기록을 보자면 누군가가 아주 얇은 투명 스티커 같은 걸 붙여놨고, 그것 때문에 버튼이 눌린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거였다. 근데 내가 확인한 건 스티커가 아니라, 오히려 버튼이 눌린 자국이 더 또렷해진 상태였어. 마치 눌려 있는 걸 덮어두려다가, 더 티 나게 만든 거처럼.
그 이후로 버튼은 계속 ‘매번 눌린 상태’로 남아있었다. 나는 장난이 아니라 고장도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고장이라면 누르는 횟수나 시간이 들쭉날쭉해야 하는데, 이건 일정하게 사람의 흐름을 기다리는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결국 난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르지 않는다.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다른 동선을 쓰게 됐다.
오늘도 출근길에 버튼 표시등이 켜져 있는 걸 봤다. 분명 내가 누른 적이 없는데, 마치 누군가가 내 퇴근 시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이 열리기 전 2초, 그 미세한 금속 울림이 다시 들리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다음 호출 버튼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머리가 먼저 알아차리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