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엑스레이 사진에서 내 등 뒤에 또 한 사람이 보임
병원 엑스레이 사진에서 내 등 뒤에 또 한 사람이 보임
처음엔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찍은 거였어요. 감기처럼 열도 좀 나고, 기침이 이어지길래 동네 병원 갔죠. 의사 선생님이 “가슴이랑 등 쪽 확인해보자”고 해서 엑스레이를 찍었고, 금방 결과지랑 필름(요즘은 출력물) 받아서 귀가했어요. 문제는 집에서 사진을 다시 보다가 시작됐습니다.
집에 와서 결과지에 있는 뼈 그림을 슥슥 훑는데, 내 등 뒤쪽이 이상했어요. 분명히 기사님이 “정면으로 서세요, 숨 멈추고” 하고 찍었거든요. 그런데 화면 구도는 정면인데도, 내 뒤편 그림자처럼 사람 하나가 같이 잡혀 있었어요. 등 라인 근처에서 어깨가 보일 듯 말 듯 윤곽이 있고, 팔이 내려간 위치도 맞아떨어졌어요. 처음엔 먼지나 노이즈겠지 싶었는데, 모양이 너무 또렷해서 자꾸 눈이 갔어요.
제가 찍은 건 흉부 쪽인데, 이상한 건 그 사람이 “내 등 뒤에서 서 있는 자세”로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엑스레이 특성상 명암이 애매하긴 해도, 사람 체형이 딱 정해진 느낌이랄까요. 팔꿈치 각도도 어색하게 흐리거나 찢겨 있지 않고, 마치 같은 체계로 노출이 된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그제야 뒤통수가 서늘해지더라고요. 혹시 촬영 기사님이 사진 찍는 동안 제 뒤에 잠깐 지나간 건가, 아니면 겹친 거나 그림자 반사 같은 건가 계속 따져봤습니다.
근데 더 소름인 건, 같은 종이 다른 컷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있었어요. 병원에서 “다른 각도도 한 번 더”라고 해서 한 장 더 받았거든요. 그 두 번째 사진에서도 제 뒤쪽 공간에 비슷한 형태가 있었고, 위치는 조금 다르지만 방향성은 같은 쪽이었어요. 마치 “내 뒤에 붙어 있는 존재”가 각도만 바뀌어서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달까요. 저는 그날 밤 잠이 안 왔고, 사진을 확대해서 계속 봤습니다. 이상한 건, 확대할수록 더 사람 같은 윤곽이 살아났다는 거예요. 단순한 얼룩이라면 확대하면 흐려져야 하는데, 오히려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다시 전화해서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사진에 제 뒤에 사람이 있어요”라고 하면… 진짜로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들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먼저 간호사에게 “엑스레이 촬영할 때 제 뒤쪽에 누가 서 있거나 동선이 있었나요?”라고만 물어봤죠. 간호사는 잠깐 멈칫하더니 “촬영실 들어가면 환자 외에는 아무도 못 들어가요. 기사님도 밖에서 조절합니다”라고 했어요. 그 말이 너무 단정적이라 더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저는 약간 억지로라도 설명을 찾으려 했어요. 혹시 촬영판에 제 몸이 아니라 다른 물체가 겹친 건가, 아니면 다른 환자랑 사진이 섞인 건가. 그런데 결과지에는 제 이름과 정보가 정확했고, 날짜도 제 당일로 찍혀 있었어요. 그리고 사진의 노출이 제 자세에 맞게 잡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걸린 것”이라고 보기엔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그 뒤편 인물의 위치가 제 움직임과 동기처럼 맞물려 있었거든요. 저는 자꾸 ‘같이 찍힌 것’이 아니라 ‘제가 서 있는 공간에 따라붙어 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등 쪽이 더 불편해졌어요. 단순히 아픈 게 아니라, 가끔은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누가 가까이 서 있는 것처럼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과학적으로는 긴장이나 스트레스겠지, 그렇게 넘기려고 했죠. 그런데 병원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보면, 그 사람은 계속 같은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요.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진 속 위치가 머릿속 좌표처럼 박혀버렸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꺼내면 보통 “착시겠지” “그냥 그림자야”라고들 하더라고요. 저도 그 말 자체는 이해돼요. 그런데 제 경험에서 제일 이상했던 건, 단순한 모양이 아니라 ‘자세’였어요. 등 뒤쪽에 잡힌 그 윤곽이 제 어깨와 균형을 맞추고, 팔이 내려가는 각도가 엑스레이 결과의 방향성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장 모두에서 반복됐다는 사실이 제 설명을 막아버렸어요. 사진은 한 번만 실수로 섞여도 우연인데,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우연이라고 하기엔 찝찝하잖아요.
솔직히 지금도 그 엑스레이 사진은 집에 그대로 있어요. 버리자고 마음먹어도 손이 안 가요. 가끔은 밤에 조용할 때, 화면 속 등 뒤의 그 자리에 눈이 멈추고, 그 다음엔 이상하게도 제 뒤를 한 번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찍힌 게 아니라, 내 뒤가 같이 찍힌 것 같아서요. 그날 이후로 병원만 가도, 촬영실 문이 닫히는 소리랑 형광등 빛이 유독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다시 펼칠 때마다, 내 등과 닿지 않는 거리인데도 누군가의 숨결 같은 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