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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다락방에서 나무 냄새가 아니라 약품 냄새가 남

2026-11-01 00: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다락방에서 나무 냄새가 아니라 약품 냄새가 남. 처음엔 장마 끝나서 곰팡이 피하려고 누가 뿌렸나 싶었는데, 냄새가 너무 오래가고 방향도 이상했어. 그날도 해가 기울 무렵, 계단을 오르는데 코끝이 딱 찡했거든. 솔잎 타는 냄새 같은 게 아니라, 약국에서 맡던 소독약 비슷한 게 공기 중에 걸린 느낌.

나는 어릴 때부터 다락방을 별로 안 썼어. 워낙 먼지 쌓인 곳이라 그냥 밀폐된 창고 느낌이었거든. 그런데 최근에 외할머니 물건 정리한다고 올라갈 일이 생겼고, 그때부터 냄새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 나무 상자, 볏짚 포대, 오래된 이불 냄새가 원래 섞여 있어야 정상인데, 그 사이로 약품 냄새가 끼어 있었어. 마치 누가 일부러 “나 여기 있어”라고 표시한 것처럼 선명했지.

처음엔 이상한 줄도 모르고 그냥 문 열고 환기부터 했어. 다락방 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냄새가 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환기할수록 오히려 더 가까이에서 나는 느낌이 들었어. 멀리서 희미하게 나는 게 아니라, 내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딱 맞춰 따라오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냄새의 밀도가 달라졌어.

그래도 “약품은 가끔 오래가니까” 하고 넘기려 했는데, 다음날도 똑같이 남아있더라. 특히 다락방 한가운데, 낡은 장롱 옆 바닥에 가까워지면 냄새가 확 치고 올라왔어. 나는 거기부터 바닥을 더듬어 봤고, 먼지 쌓인 마루판 사이로 뭔가 미세하게 눌린 흔적이 있음을 봤어. 오래된 집이라 삐걱거리는 건 흔한데, 그 부분만 유난히 발을 디딜 때 반응이 달랐지.

할머니한테 물어보려 했는데, 그날은 마당에서 일을 하시느라 바쁘셨고, 저녁에 겨우 얘길 꺼냈어. “다락방 냄새 이상해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없이 손을 멈추고 한참 있다가 “그 냄새는 원래 거기서 나는 거야”라고만 했어. 원래? 그럼 왜 아무도 말 안 했지. 나는 더 캐묻다가 결국 말끝을 삼켰어. 할머니 눈빛이 너무 단단해서, 괜히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거든.

그래도 마음이 계속 걸려서, 나는 다음 주에 혼자 다시 올라갔어. 장롱을 옆으로 조금 밀어보니 먼지가 쓸려 나가면서 바닥에 얇은 흰 자국이 남아 있었어. 약품이 마른 흔적처럼 하얗고 얇게 번져 있는데, 문제는 그 자국이 단순히 닦아낸 패턴이 아니라 동그랗게 반복된 모양이란 거야. 마치 누군가 같은 자리를 계속 문질렀거나, 뭘 반복해서 덮었다가 치운 흔적 같았어.

그때부터는 냄새가 더 진해졌어. 나는 장롱 아래쪽 틈을 더 들여다보다가, 마루판 아래로 아주 작은 종이 조각이 끼어 있는 걸 봤지. 종이를 손끝으로 건드렸는데, 종이가 생각보다 바스라지지 않고 단단했어. 젖어있거나 습기 먹은 종이도 아닌데, 왜 그리 단단한지 모르겠더라. 종이를 빼려다 멈칫했어. 왜냐면 종이에서 나는 냄새가, 다락방 전체보다 더 선명했거든.

종이는 글씨가 거의 없었고, 대신 약 봉지 겉면 같은 인쇄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어. 날짜나 성분 같은 건 흐릿해서 정확히 읽히진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끝부분이 누군가 손톱으로 자주 긁은 듯한 자국이 있었어. 그 순간 내가 떠올린 건 외할머니가 예전에 “다락방은 약 놓던 곳이야”라고 툭 던졌던 말이야. 당시엔 쥐약 같은 걸 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놓던’이란 동사가 너무 이상했어. 놓고 끝난 게 아니라… 놓고 계속 관리하는 느낌이었거든.

난 그날 바로 내려와버렸어. 그리고 며칠 뒤, 이상하게도 냄새가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날이 생겼어. 날이 흐리거나 비 오기 전엔 멀쩡한데, 비가 멈춘 뒤 해가 나면 꼭 다시 진해지더라. 마치 집 안 어딘가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할머니는 그걸 못 들은 척하시거나, “네가 예민한가 보다”라고 넘겼고, 나는 더 묻지 않았어. 솔직히 말하면, 묻는 순간 뭔가를 확인하게 될까 봐 무서웠어.

마지막으로 남은 건, 내가 장롱을 다시 밀어놓을 때 들린 소리야. 철컥, 하는 소리 뒤에 아주 얇은 종이 같은 마찰음이 이어졌는데, 그건 누가 아래에서 움직였다는 느낌이었거든. 아래를 확인할 용기는 없어서 그냥 문을 닫았고, 내려오면서도 냄새가 뒤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했어. 그런데 밤이 되면, 방 안에 있던 세탁비누 향이 아니라 그 소독약 같은 냄새가 베개 주변에서 아주 미세하게 올라왔어.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없어. 대신 다락방 문고리를 잡으면 손바닥에 잠깐 묘하게 하얀 미끌거림이 남아 있었어. 그래서 지금도 나는 시골집에 가면 다락방 문은 열지 않아. 나무 냄새 대신 약품 냄새가 남는 이유가, 단순히 누군가 뿌려둔 것이라기보단… 누군가 계속 지키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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