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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복도 끝에서 항상 같은 발소리가 들렸다

2026-11-01 04: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복도 끝에서 항상 같은 발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쿵… 쿵… 쿵…” 하고 무릎을 굽혀 걷는 사람처럼 둔탁한 소리였는데, 신발 끈이 끌리는 소리도 아니고, 누가 일부러 박자 맞추듯 내는 느낌도 아니었다. 그냥 복도 끝, 내 방에서 보면 가장 안 보이는 그 방향에서만 똑같이 들렸다. 처음엔 층간소음이나 다른 세입자겠거니 했고,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그것이 내가 문을 닫는 순간에 맞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그 원룸에 들어온 건 겨울 방학 직전이었다. 방은 작았지만 관리비가 싸서 만족했고, 무엇보다 방음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복도 쪽이었다. 밤 11시쯤만 되면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그게 이웃이 늦게 귀가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어도, 그 둔탁한 발소리는 음악 위로 뚜렷하게 얹혀왔다. 소리는 항상 같은 속도로, 같은 간격으로 오다가 어느 순간 “딱” 멈췄다.

처음엔 편의점 다녀오는 소리라고 합리화했는데, 정작 그 시간대에 문이 열리는 소리는 없었다. 복도 끝은 가장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관리실이 있는 쪽이 아니라 완전 반대 편이었다. 나는 커튼을 치고 복도 쪽을 볼 때가 있었는데, 늘 아무도 없었다. 더 이상한 건, 발소리가 멈춘 직후에 복도 쪽 형광등이 아주 잠깐 깜빡인다는 점이었다. 눈의 착각일 수도 있어서 한동안 무시했지만, 그날 이후로는 매번 그 순서가 반복됐다.

며칠 지나자 습관이 생겼다. 나는 잠들기 전엔 꼭 현관문을 확인하고, 그 발소리를 듣기 전에 라이트를 켜 둔 상태로 기다렸다. 켜 둔다고 소리가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쿵… 쿵… 쿵…” 소리는 복도 끝에서 시작해 복도 중앙쯤에서 잠깐 더 크게 들렸고, 다시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 복도 끝에서 멈췄다. 마치 누군가가 걸어오다가, 복도 가운데쯤에서 멈칫한 뒤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관리실에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려는 순간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요”라고 하면, 누가 들어도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 같았다. 대신 나는 같은 시간에 녹음을 해보기로 했다. 휴대폰 녹음 기능을 켜고, 발소리가 시작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는, 녹음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이미 발소리가 시작될 때가 많았다는 거다. 내가 타이밍을 맞춘 것도 아닌데, 소리가 딱 끊임없이 들어왔다.

어느 날은 더 명확했다. 그날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 밤이라 복도 불이 은은했는데, 나는 내 방 문을 열고 복도를 보자마자 발소리가 바로 멈췄다. 그리고 그 멈춘 상태가 몇 초 이어지다가, 내가 다시 방 문을 닫는 찰나에 맞춰 발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문을 열 때는 조용했고, 문을 닫을 때만 시작되는 패턴. 그때부터 나는 확신이 들었다. 그 발소리는 누군가가 걸어다니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행동을 따라하는 소리라는 거였다.

그 이후로는 일부러 실험을 했다. 문 손잡이를 돌리기만 하고 바로 다시 닫아봤다. 그러자 소리가 시작되지 않았다. 문을 완전히 열고 복도를 한 칸이라도 내다보면, 소리는 멈췄다. 반대로 문을 닫고 등받이를 벽에 기대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쿵… 쿵…”이 시작됐다. 나는 점점 소리의 간격을 외워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간격이 일정해서 계산이 됐고, 그 계산이 끝나는 순간에는 늘 복도 끝의 어둠이 잠깐 더 짙어졌다. 조명이 꺼진 건 아닌데, 눈이 그렇게 느끼는 게 이상했다.

나는 결국 문에 작은 거울을 붙였다. 복도 끝이 아니라, 우리 층 복도 쪽이 아주 살짝 비치게끔 각도를 잡았다. 그리고 녹음을 다시 켰다. 발소리가 시작되자 거울 속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소리가 네 번째 “쿵”을 치고 나올 때쯤 거울에 아주 잠깐 손등 같은 것이 스쳤다. 손등이라고 생각한 건, 형태가 분명히 ‘손’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그림자가 ‘손’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 “쿵”이 시작되기 전에 그 그림자는 사라졌다. 나는 그날 새벽에 한동안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 원룸을 다른 방으로 옮기지 않고, 그냥 이사 날짜만 기다렸다. 이상한 발소리가 계속 들리는데도 버틴 이유는, 신고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 발소리에 반응하는 순간마다 패턴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 주에는 일부러 새벽에 문을 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밤, 그 발소리는 시작되지 않았다. 대신 복도 끝에서 아주 낮게,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이번엔 네가 안 열었네” 하고 확인하는 것처럼.

이사하고 나서도 가끔 생각난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그 둔탁한 발소리의 간격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문 닫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귀를 세우게 된다. 지금도 나는 어떤 공간에서 문을 닫을 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같은 박자로 따라오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 발소리는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더 이상 문을 열지 않는 쪽으로만 옮겨간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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