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 끝나면 영수증이 한 장 더 나옴
편의점에서 계산 끝나면 영수증이 한 장 더 나옴. 처음엔 그냥 기계가 가끔 실수하는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는 그 추가 영수증이 꼭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져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
사건은 평일 저녁, 동네 편의점이었어. 나는 컵라면이랑 탄산 하나 들고 계산대에 섰고, 카드는 찍고 영수증 프린터 쪽을 봤지. 보통은 한 장만 나오잖아. 그런데 계산이 끝난 순간, 첫 영수증이 떨어지고 바로 이어서 한 장이 더 툭 떨어졌어.
나는 순간 “아, 바코드가 두 번 찍혔나?” 싶어서 두 장을 확인했어. 첫 장은 내가 산 물건 내역이 정상적으로 나와 있었고, 두 번째 영수증은 이상하게도 금액은 비슷한데 품목명이 흐릿하게 뭉개져 있었어. 글자가 지워진 건 아닌데, 뭔가가 위에서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번져 있었거든.
점원한테 말하려다 말았어. 어차피 내가 환불할 것도 아니고, 기계가 가끔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었지. 근데 집에 와서 다시 봤는데 두 번째 영수증의 하단에, 아주 작게 “감사합니다” 아래로 한 줄이 더 있었어. 글씨는 프린터 글꼴이 아닌 것처럼 삐뚤어져 있었고,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었어.
“다음엔 다른 시간에 와 주세요.”
나는 그때 웃어 넘기려고 했어. 누가 영수증에 장난을 친 거겠지, 혹은 프린터 롤이 한 번 꼬였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어. 같은 편의점이 아니라, 집 근처 다른 지점도 아니고 딱 그 가게였거든. 나는 그 편의점에서만 유독 그 현상이 생긴 걸 그제야 떠올렸어.
다음 주에 또 야식 사러 가서 계산했는데, 이번엔 내가 일부러 프린터 쪽을 유심히 봤어. 결제 완료음이 나고 첫 영수증이 떨어지자마자, 정말로 한 장이 더 나왔어. 그리고 이번엔 추가 영수증 하단에 글이 선명했어. 아까처럼 품목명은 흐릿했고, 대신 글귀만 또렷했지.
“어제는 늦었어요. 오늘은 맞춰 주세요.”
그때부터는 솔직히 편의점 가는 게 무서웠어. 이건 단순한 기계 오작동 같지가 않았거든. 영수증이 ‘날짜’나 ‘시간’을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내가 계산한 날짜가 기록되니까 점원이 일부러 뭘 적어놓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점원은 바뀌었어도 그 기계에서만 계속 나왔어. 그리고 그 추가 영수증은 늘 내가 카드를 찍고 나서 딱 그 타이밍에만 나왔어.
그래서 결국 나는 해결하려고 편의점에 직접 물어봤어. “영수증이 한 장 더 나와요, 혹시 설정이 잘못된 거예요?” 그렇게 말했더니 점원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네? 원래 한 장만 나가는데요”라고 했지. 그런데 점원이 확인하려고 프린터 뚜껑을 열던 순간, 내 눈에 프린터 내부 쪽에 아주 얇은 종이 조각이 붙어 있었어. 누가 테이프로 붙여둔 것처럼, 프린터 롤 옆에 끼워져 있는 종이. 자세히 보려다 말았는데, 그 종이에도 같은 글씨체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더라.
“영수증은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팔려요.”
그날 이후로 나는 그 편의점을 피했어. 그런데 가끔, 집에 도착해서 지갑을 열면 이상하게도 그 추가 영수증이 없는데도 손끝이 먼저 서늘해져. 마치 이미 한 장을 받아본 기억이 남아있는 것처럼. 그리고 어떤 날은 진짜로 택배 영수증이나 다른 결제 내역을 받았을 때도, 내가 아직 열어보지 않은 종이를 누가 먼저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편의점 계산이 끝났는데도, 영수증이 한 장 더 나오는 이유가 결국 “다음엔 어디로 오지?”가 아니라, “다음엔 네가 먼저 시간을 내 줄 거야”라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더 소름 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