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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완료로 찍혔는데 실제 문 앞에선 내 발자국만 없음

2026-11-01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완료로 찍혔는데 실제 문 앞에선 내 발자국만 없음. 그날 밤에 그렇게 찍히는 순간, 나는 내 눈이랑 앱 화면이랑 중 뭘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비도 오락가락했고, 현관 비밀번호 누르고 문 열기 직전까지도 분명히 배달 알림이 계속 울렸는데, 막상 문을 열자마자 폰엔 ‘완료’가 떡하니 떠 있었거든.

보통은 초인종이 울리거나, 최소한 현관 앞에 택배 상자라도 있어야 정상인데 아무것도 없었다. 신발장 쪽에서 냄새 같은 건 올라오지 않고, 바닥도 말끔했어. 이상하게도 그 말끔함이 더 무서웠다. 내가 신발을 벗어놓는 위치랑 발자국이 남는 방향을 누가 알고 있는 것처럼, 딱 그 부분만 정리돼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

나는 현관 매트 위를 먼저 봤다. 비가 와서 발자국이 생길 수도 있고, 배달하러 온 사람이 있다면 매트에 젖은 자국이나 신발 자국이 남는 게 정상인데, 매트엔 내 발자국만 있었다. 그것도 내가 문 열기 전부터 서 있던 자리에만 남아 있었고, 문 바깥 복도 쪽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끊겨 있었어. 누가 지나간 흔적이 아니라, 지나가지 않도록 지워진 흔적 같았다고 해야 하나.

앱에 들어가서 배달 기사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때부터가 진짜 이상했다. 통화 연결이 안 되다가 마지막엔 자동응답만 반복됐다. ‘지금은 받을 수 없습니다’ 같은 문구가 뜨는 건 이해했는데, 메시지로 “문 앞에 안 보이는데요”라고 보내자마자 바로 상태가 바뀌었다. ‘기사님이 고객과 연락을 완료했습니다.’ 연락? 나는 한 번도 못 했는데?

나는 급하게 현관문 바깥을 확인했어. 복도는 좁고, 우리 집 앞은 CCTV가 커버하는 구간이긴 한데 정작 그날은 영상이 늦게 로딩됐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리는데, 로딩이 다 된 화면에서 이상한 부분이 보였다. 복도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건 확실히 보이는데, 우리 집 문 앞에 딱 도달하는 순간 화면이 잠깐 버벅이더니 다시 돌아왔거든. 버벅이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틈에 마치 ‘사람이 서 있을 자리’만 비워둔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내 착각인가?” 하고 나는 배달 사진을 다시 봤다. 앱엔 찍힌 사진이 한 장 올라와 있었는데, 배달함 위에 뭔가 내려놓는 각도였다. 근데 사진을 확대해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사진 속 바닥엔 물기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집 문 앞 구역만 유독 건조하게 보였어. 비가 오던 날이라 원래는 신발 자국이 번져 있었을 법한데, 그 부분만 공기 중 먼지마저 붙지 않은 것처럼 깨끗했다.

그래서 나는 잠깐 멈춰 생각해봤다. 내가 문 열기 전,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시간 동안 누군가가 내 집 문을 건드릴 수 있었을까? 현관문은 철문이라 바람 소리 외엔 크게 들릴 게 없긴 한데, 그날은 이상하게 조용했어. 초인종도 없었고, 누가 문 앞에 물건을 두고 돌아가는 ‘휙’ 같은 소리도 없었다. 그 대신, 현관 매트에서 신발을 벗을 때 나는 마찰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고, 그 소리는 내가 신발을 벗는 순간보다 조금 전에 먼저 들린 것 같았어.

나는 배달 취소나 재배송을 신청하려고 고객센터를 찾았는데, 그 순간 또 ‘완료’ 상태가 갱신되면서 문구가 바뀌었다. “고객님의 문 앞에 전달되었습니다.” 누가? 나에게? 전달됐다는 건 내가 확인했다는 말인데, 난 분명 아무것도 못 봤다. 그리고 그때야 깨달았어. 내가 문 앞을 확인할 때, 바닥에 남아 있던 건 내 발자국뿐이었다는 걸.

마지막으로 CCTV 시간대를 다시 끌어당겨 봤는데, 내 발자국이 남는 구간이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내 신발의 패턴이 거의 ‘스탬프’처럼 찍혀 있었거든. 반대로, 배달 사진 속에서 물건이 놓인 자리는 자국이 남지 않았고, 영상에서도 그 자리에 사람이 서는 장면이 딱 한 번만 비어 보였다. 누가 내 앞에 와서 두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만 기록되고 남은 것처럼 보여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 후로도 가끔 배달 앱에서 완료가 뜨는데, 문 앞에선 늘 아무 일도 없을 때가 있어. 물론 대부분은 사람이 바빠서 사진이랑 실제가 어긋난 거겠지 하고 넘기려고 해봤다. 근데 아직도 가끔, 비 오는 밤에 현관 매트를 밟기 전에 멈칫하게 돼. 배달 완료는 항상 먼저 오고, 내 발자국은 항상 늦게 따라오는데… 그 차이가 나를 설득하기보단, 자꾸 뭔가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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