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 손이 핸들을 놓고도 계속 가는 느낌이었음
택시에서 기사님 손이 핸들을 놓고도 계속 가는 느낌이었음.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착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도 “그건 그냥 길이 잘 뻗어서 그런 거겠지”라고 넘기기엔 뭔가가 너무 찝찝하게 남더라.
그날 밤에 비가 막 그친 직후였고, 골목 끝에서 택시를 잡았어. 목적지는 멀지 않았고, 기사님은 조용히 고개만 살짝 돌려서 “네” 하고는 바로 출발했지. 나는 뒷좌석에 앉아서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차가 미끄러지거나 흔들리는 느낌이 이상하게 없었어. 길바닥은 아직 젖어 있었는데도, 마치 물길을 피해 가는 것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져 지나가더라고.
처음 이상했던 건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가 아니라, 기사님 손이었어. 신호에서 잠깐 멈췄을 때였는데, 기사님 손이 핸들을 잡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손가락이 힘을 빼듯 자연스럽게 떨어졌거든. 그런데도 차는 정지선에서 딱 멈추는 걸 보면 완전히 제멋대로인 건 아니었어.
나는 “아, 잠깐 놓고 기어만 만지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 근데 다시 출발할 때도 손은 계속 핸들 위에 있지 않았어. 기사님은 앞을 똑바로 보고 계셨고, 팔은 낮게 늘어진 채로 가끔씩 미세하게만 움직였어. 그 움직임이 운전 조작을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균형을 맞추는 동작 같았달까.
도로가 약간 커브가 있는 구간으로 들어갔을 때, 차는 너무 자연스럽게 꺾였어. 나 같으면 핸들을 조금 더 세게 잡고 몸을 기대야 할 것 같은 각도였거든. 근데 기사님은 손을 놓은 상태로도 각도를 딱 맞추더라. 그때부터는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기사님 팔을 계속 보게 됐어. 불빛이 앞유리로 번져서 손끝이 더 희미해졌는데, 그래도 확실히 핸들 위에 손바닥이 얹히지 않은 상태였어.
한 번은 정체가 살짝 풀리면서 속도가 올라갔는데, 그 순간 차가 레인 중앙을 유지하는 게 너무 정교했어. 나는 “혹시 자동주행 같은 거 켜놓으신 건가?” 싶어서 계기판 쪽을 봤거든. 근데 화면에 그런 표시가 보이진 않았고, 기사님은 계속 똑같은 자세로 앞만 보고 있었어. 옆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운전 자세인데, 내가 보기엔 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어. 손은 핸들 그 자체라기보다, 공기를 잡는 것처럼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는 말도 조심스러워졌어. 혹시 내가 이상하게 보고 있는 거면 괜히 예민한 손님 될까 봐. 그래서 목적지까지 그냥 도착만 하자 싶었지. 그런데 갑자기 길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더라. 내가 알고 있던 지름길이 아닌데, 기사님은 정확히 그 방향으로만 이어가고 있었어. 내비게이션을 켜보려고 했는데, 휴대폰 화면이 이상하게 떨리듯 번쩍였어. 비가 지나간 뒤라 신호가 불안한 건가 싶었는데, 그 떨림이 계속됐어.
도착 직전에, 신호등이 걸린 교차로에서 멈추는데 차가 아주 짧게—딱 한 박자 늦게—정지했어. 그런데 기사님은 손을 여전히 핸들에 얹지 않은 채로 브레이크를 밟은 듯이 차를 세웠지. 그게 또 묘하게 설득됐어. ‘그러니까 손이 없더라도 발이 알아서 조절했겠지’라고.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출발할 때 기사님이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내 쪽을 봤거든. 웃는 표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난 표정도 아닌데… 말없이 확인하는 느낌이었어.
나는 “여기서 내려요”라고만 말하고 돈을 내려고 했는데, 기사님 손이 그제야 핸들 쪽으로 돌아오는 게 보였어. 마치 내가 보는 걸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차가 다시 움직이면서 시야가 흔들리는데, 그 순간 기사님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는 게 느껴졌어. 그리고 내리려는 찰나에, 바람이 한 번 크게 들어왔거든. 택시 문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손등을 스치는데, 그 온도가 너무 차가워서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어.
그날 이후로도 그 구간을 지나갈 때마다 꼭 같은 느낌이 떠올라. 손이 핸들을 놓고도 계속 가는 게, 단순히 기술이나 장치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가도 괜찮다’고 확인해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야. 지금 생각해도 나는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이상하게도 기억 속에선 기사님 손이 아니라, 차가 앞으로 나가는 그 확신의 타이밍만 더 또렷하게 남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