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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대기실 의자에 놓인 낡은 사진 한 장

2026-04-13 20:29:18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 대기실 의자에 놓인 낡은 사진 한 장은 그날따라 유난히 눈에 띄었다. 기다리던 내 순서가 좀 늦어지면서 지루해진 나는 대기실 구석 한 켠, 빈 의자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사진을 발견했다. 흑백 사진이라 좀 낡았고, 구겨진 모서리에는 세월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네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 모두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뭔가 오래된 가족사진 같았다. 배경은 낡은 벽지와 낡은 나무 가구가 보이는 실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앉아 있던 자세와 눈빛이 어쩐지 불편하고 씁쓸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됐다.

내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한 아주머니가 그 앞을 지나갔다. 그녀는 사진을 흘끔 보더니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 사진... 여기서 오래된 일이 있었거든.” 그녀의 말투에는 느껴지지 않은 무언가 무거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

궁금증이 생겨 나는 조심스럽게 “무슨 일인가요?” 하고 물었고, 아주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진 속 아이가 여기 병원에서 돌아가셨대. 아주 오래전에...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졌다고 하더라고.”

그 이야기에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생각해보니, 그 사진이 놓여 있던 의자가 바로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 바로 옆이었다. 아무도 그 사진에 대해 묻거나 치우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 혹시 그 아이가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 젊은 간호사가 대기실에 들어와 사진을 보고는 놀란 듯 빨리 그 사진을 치웠다. 나는 왜 그 사진을 이렇게 대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저마다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사진 속 아이와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봤지만 그 병원에서 오래전에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 누군가 기억에서 잊혀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병원 대기실의 조용한 순간마다, 그 낡은 사진이 놓여 있던 자리가 다시 떠올랐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가 여전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병원에 갈 때마다 나는 그 의자를 유심히 보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사진 한 장일 뿐이겠지만, 나는 그 낡은 사진이 어딘가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작은 증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사진이 다시 대기실 의자에 놓여 있는 걸 보게 된다면 나는 또 어떤 기분이 들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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