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내부 비상 버튼을 누르자 들린 속삭임
엘리베이터 내부 비상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이상한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화 연결이 잘못된 줄 알고 무심코 버튼을 눌렀는데, 곧 알 수 없는 낮은 목소리가 내 귀에 파고들었다.
엘리베이터는 한참 동안 어두운 층 사이를 멈추지 않고 내려갔다. 속삭임은 흐릿하고 뭉뚱그려 들렸지만 대체로 뭔가 간절한 부탁 같은 말들이었다. 얼핏 들리는 단어들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웠다.
몇 번 더 비상 버튼을 눌러봤지만, 속삭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 공간 안에 갇혀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층에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한데, 엘리베이터 층 표시도 계속 내려가는 중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은 평소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지하 3층.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문이 열리고 나서도 그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봐도 아무도 없고,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다. 그러자 몇몇 커뮤니티에 비슷한 경험담이 올라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엘리베이터 비상 버튼을 누르면 듣기 힘든 목소리가 들린다"라고 말했다.
어떤 글에는 “그 목소리는 건물에서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 누군가의 것 같다”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 목소리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다음 날, 그 빌딩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일부러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층이 내려갈수록 스피커 너머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들려왔다. 분명 속삭임이었다. 무언가를 부르거나, 간절히 부탁하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
“도와줘… 여기에 있어…”라는 말이 가장 또렷하게 들렸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아내기란 불가능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이상한 감각이 스며들었다. 무언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듯한 황홀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 후로 나는 그 빌딩에 가까이 가는 걸 피하게 됐다. 여러 번 겪은 그 경험을 주변에 말해도 대부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집에서 그 속삭임이 떠오르는 걸 느낀다. 어쩌면 그 목소리는 아직도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엘리베이터 비상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 속삭임이 재생되는 것 같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되는 그런 기분. 그저 기계 고장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하고 선명한 그 목소리들이,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속 외침이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항상 엘리베이터 비상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