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장독대 옆에 새벽마다 쌓이는 소금더미
며칠 전부터 집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골집 장독대 옆 작은 마당에 새벽이 되면 누군가 소금을 한 줌씩 쌓아 놓는 거였다. 처음에는 내가 실수로 떨어뜨렸나 싶었는데, 그날은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하얀 소금더미가 조용히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끼리 농담처럼 “귀신이 설탕 대신 소금을 뿌린 건가” 하며 웃고 넘겼다. 그런데 이게 나흘째 반복되면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새벽에 밖에 나가지 않는데, 도대체 누가 장독대 옆에 와서 소금을 두고 가는 걸까. 주변에 이웃도 별로 없고, 산도 깊은 곳이라 사람이 밤에 떠돌아다닐 가능성도 낮았다.
특히 이번에는 소금더미가 점점 커졌다. 한 줌에서 이젠 한 줌 반, 그다음 날은 거의 두 줌 가까이 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두고 점점 많아지는 걸 확인하며 일부러 놓는 것 같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장난이길 바랐지만,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장독대 주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소금더미 바로 옆에 작은 발자국 같은 게 있는데, 사람 발자국은 아니다. 너무 작고 뾰족뾰족한 모양새였다. 고양이나 개, 쥐 발자국도 아니고, 차라리 새 발자국 같기도 한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게다가 새벽에 새가 소금을 가져올 리는 없지 않나.
어떤 날은 소금더미 옆에 오래된 종이쪽지가 놓여 있었다. 호기심에 펴보니 “바람이 부는 곳에 쌓인다”라는 한 문장뿐이었다. 그 문장 자체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무심코 찢어버릴 뻔했는데 가족들이 이걸 보고는 괜히 집안에 무언가가 끼어들었는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소금은 나쁜 기운을 막는다고도 하잖아”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 소금이 새벽마다 쌓이고, 좀 더 많아진다는 건 오히려 반대의 느낌이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뭔가 내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아 점점 불안했다. 특히 소금이 쌓인 자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가끔 났다. 마치 오래된 나무 썩는 냄새와 섞인 듯한, 설명할 수 없는 냄새였다.
며칠 전부터는 그 자리에 있던 장독들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람 때문에 닿았나 싶었는데, 금이 간 위치가 일제히 소금더미 주변 부분이었다. 가족들이 모여서 소금더미를 치우고 장독대도 깨끗이 닦아봤지만 소금은 다음 날 또 쌓여 있었다. 그리고 장독 금 간 곳은 점점 더 벌어지는 듯했다.
어제 밤에는 갑자기 졸음을 참지 못해 새벽 3시쯤 잠깐 밖에 나가봤다. 그런데 그 순간, 장독대 쪽에서 희미한 하얀 빛이 퍼지는 걸 봤다. 정확히는 소금더미가 빛나는 것처럼 보였고, 바람에 흩날리는 소금 결정들이 마치 안개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순간 소름이 돋아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아침 가족들은 내가 본 걸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장독대 옆 소금더미를 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에 또 종이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번 쪽지에는 “멈추지 않으면 모두 희미해진다”는 글자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경고인지, 아니면 뭔가의 요청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소금더미가 쌓이는 이유도, 새벽마다 누가 놓는 건지 궁금하다기보다 점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그냥 시골집의 오래된 장독대 옆 소금더미일 뿐인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은 이 느낌... 나는 지금도 혹시 그 빛나는 소금더미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