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석 뒤편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시선
딱히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서울 도심에서 택시를 탔을 때였다. 운전석 바로 뒤편에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눈을 돌려 그쪽을 흘낏 쳤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착각이라 생각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그때였으니까. 하지만 몇 번이나 뒤돌아보려는 마음이 생겼다가 참게 되면서, 마음 한편이 계속 불편했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택시는 차가운 금속 냄새와 함께 가끔 라디오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그 음악조차도 갑자기 음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그 ‘어떤 것’의 존재감이 짙어졌다. 뒷좌석 뒤, 운전석 바로 뒷편은 보통 택시 안에서 가장 어두운 구간이다.
나는 휴대폰을 놔두고 창밖을 더 주의 깊게 바라봤다. 그때 운전사의 얼굴도 힐끗 보게 됐다. 괜히 눈이 마주친 것 같아서 불편했지만, 그 역시 계속 도로만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 이 아저씨도 뭔가 알고 있나?’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 순간 택시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운전사는 당황하지 않고 곧 평온하게 말했다. “요즘 그런 느낌 받는 사람 많죠.” 나는 얼떨떨해 고개를 끄덕였다. 말투에선 진심과는 다른 뭔가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금 뒤, 운전사가 뒤를 한 번 슬쩍 돌아봤다. 눈빛이 이상해서 다시 차 뒷자리 뒤편을 보려 했지만, 그때만큼은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불빛과 거리 소음이 텅 빈 공간을 채우는 것 같았다.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얼른 내렸다. 뒷좌석을 슬쩍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택시 뒤편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 희미하게 일렁이는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순간부터 택시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그 ‘눈빛’을 떠올리며 소름이 돋곤 한다.
한참 뒤 인터넷에 비슷한 경험담을 검색해봤다. ‘운전석 뒤편에서 시선이 느껴진다’는 글이 많았는데, 대부분 이유는 분명치 않았다. 어떤 이는 과거 택시에서 사고가 있었던 자리라는 둥, 또 어떤 이는 그곳에 ‘남아있는 존재’가 있다는 둥 얘기했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 그 시선은 단순히 산 사람의 그것과는 달랐다. 마치 오래도록 기다려온 누군가가 한순간만이라도 나를 보고 싶어하는 듯한, 그런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택시를 탈 때마다 간헐적으로 돌아온다.
지금도 무심코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운전석 바로 뒤편을 잠시 바라보게 된다. 그곳에 항상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히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게 사람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