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옆 빈 침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병원 응급실 옆 빈 침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날 새벽에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한 환자 체크를 마치고 잠시 쉬려고 돌아서는데, 늘 빈 자리였던 침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허름한 차림에 얼굴은 흐릿하게 가려져 있었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기 누구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무 대답도 없었다. 시선만 살짝 내 쪽으로 향했지만, 눈을 제대로 마주치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사람 주변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서, 마치 공기처럼 존재감만 있었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어쩐지 마음 한 켠이 찜찜했다. 응급실은 보통 정신없이 바쁜 곳이라서 그런가, 이 침대는 항상 비어 있던 자리였던 터라 더더욱 이상했다. 주변 선배 간호사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날 밤 교대할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그 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침대 위에 앉아있던 그 사람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말을 걸었지만, 그때서야 그 사람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돌아가고 싶어..."라고.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응급실 옆 침대에 누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자리를 옮기면서도 계속 그 모습이 떠올랐다. 환자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 혹시 저승사자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여기에 오랫동안 머무른 후유증이라도 남은 영혼이라도 있는 걸까?
그 이후로도 가끔 그 자리를 지나칠 때면, 그 사람이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침대에서 실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일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는 사람들이 수없이 오가고,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그 침대에 앉아있던 그 존재가 무슨 사연으로 그렇게 머물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군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본 그 모습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 남아, 그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