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직원 휴게실에서 발견한 낡은 일기
편의점 청소를 하다 우연히 직원 휴게실 한쪽 선반에서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겉표지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손때가 묻은 채 오래된 것 티가 났다. 당장 폐기처분하려고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순간 손이 멈췄다. 그냥 버리기엔 뭔가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호기심에 첫 페이지를 펼치자, 1990년대 초반으로 보이는 날짜와 함께 한 여성의 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름은 없었지만 글씨체가 또렷했다. 일기는 주로 편의점에서 일하며 겪은 일상과 감정들을 담고 있었는데, 당시 이 동네 편의점이 지금 내가 일하는 곳과 같은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 여성은 일하는 중에 이상한 손님들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썼다. 낮에도 밤에도 미묘하게 불편한 존재들이 숨어 있다거나,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도 새벽 근무할 때 그런 느낌 종종 받았는데, 그게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었나 싶었다.
일기 중반부에는 점점 일에 지쳐가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특이하게도 같은 날짜에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읽다 말았는데, 당시에는 그냥 반복되는 일상이 무서워서 그렇게 느낀 걸로 생각했다.
근데 하루는 일기 마지막에 "오늘부터 휴게실에선 절대 혼자 있지 말아야겠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쓸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문장을 보고 난 뒤부터 휴게실에 들어갈 때 왠지 모를 긴장감이 더해졌다.
나는 쓰레기통 뒤쪽을 조금 치우다가 휴게실 구석에서 작고 낡은 일기장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그 일기였다. 누군가 오랜 시간 숨겨두었던 것 같았다. 그때부터 편의점에서 일하는 날들이 달라졌다. 새벽에 혼자 쉴 때마다 낡은 종잇조각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뛰곤 했다.
최근에 동료에게 일기 이야기를 꺼냈더니, 놀랍게도 그 동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 편의점에는 오래전부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소문이 있었던 거다. 그날 이후로는 가끔 휴게실을 청소할 때면 누군가 내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기분에 얼른 나가게 된다.
이 일기를 발견하고 난 뒤로, 나는 조금씩 그 낡은 일기의 주인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그 사람도 아마 휴게실에서 혼자 있을 때 느꼈던 그 불안과 공포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텼을 테니까. 사실, 지금 내가 가장 무서운 건 편의점 문을 닫을 때 불을 끄고 휴게실 문을 닫는 그 짧은 순간이다.
한 번은 휴게실 문을 닫고 불을 끄자,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하게 "나 여기 있어"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도, 그 낡은 일기 속 주인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왜 그 일기가 휴게실에 숨겨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당신도 편의점에서 밤 근무를 할 일이 있다면, 휴게실에 오래된 물건이나 낡은 노트가 없는지 한 번쯤 조심스럽게 살펴보길 바란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단순한 일상이 아닐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