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 밤마다 울리는 낡은 풍금 소리

2026-04-16 08:29: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으로 내려온 첫날 밤이었다. 새로 이사 간 낡은 집 안에서, 밤 11시가 되자 어디선가 낡은 풍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람 소리려니 했는데, 분명 풍금 연주음이었다. 곡조는 단조롭고 느린 멜로디였는데, 그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하고 가까워지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했다.

집 안에는 풍금이 없었고, 이웃집에도 그런 악기는 없단 말을 들었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봐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확실히 우리 집 안에서 나는 듯했다. 전등을 켜고 방안을 샅샅이 뒤져도 풍금 하나 없었다. 그럼에도 그 멜로디는 매일 밤, 잠들 때쯤 들려왔다.

다음 날, 동네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집, 옛날에 풍금 연주하던 할아버지 살던 곳이지. 그분 돌아가신 뒤부터 밤마다 풍금 소리가 난대.” 그 말에 등골이 끼어앉았다. 혹시 그분 영혼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무서웠다.

진짜 믿기 힘든 건 며칠 후였다. 어느 날 밤, 풍금 소리와 함께 희미한 실루엣이 방 한켠에 나타난 것이다.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은 풍금을 연주하는 노인의 형상이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고, 그 실루엣은 부드럽게 연주를 멈추고 사라졌다. 그 순간부터는 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소리가 멈추지 않자 인터넷에서 옛 풍금 음악을 찾아서 틀고, 같이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틀어놓은 음악과 똑같은 멜로디가 그대로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내 음악이 끝나자 그 소리는 다시 혼자 연주되는 식이었다. 마치 누군가 내 연주를 듣고 반응하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풍금 소리에 섞여 낮게 “감사”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땐 아예 믿을 수 없었지만, 점점 그 존재가 악의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오래된 풍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돌아가신 분의 미완성 연주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밤중에 친구를 불러 풍금 소리를 같이 들었는데, 친구도 소름 끼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부터는 그냥 혼자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불 껐다 켜고 얼른 자려고 했다. 근데 어느 날은 풍금 소리가 끊기더니, 그 뒤로는 침대 옆에서 작은 노래책 한 권이 발견되었다.

노래책은 정말 오래된 것이었고, 표지에는 누군가 낡은 필체로 ‘마지막 연주’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머리가 띵했는데, 아마도 그 노인이 전하려던 메시지가 아닌가 싶었다. 풍금 소리는 그날 밤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도 가끔 창문 밖 바람 소리 속에서 들리는 듯한 그 풍금 멜로디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 노래책을 보며, 누군가 아직 저 너머에서 마지막 연주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찟한 느낌이 든다. 이 집에 진짜 ‘누군가’ 남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