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
그날 밤, 원룸에 혼자 있었던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는데, 갑자기 거울 뒤쪽에서 낯선 얼굴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멈출 뻔 했고, 얼른 몸을 돌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분명 거울 속 얼굴은 내 모습이 아니었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한 표정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이번에도 그 얼굴은 분명히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무표정한 입술이 계속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생각하며 손을 뻗어 거울을 만졌는데, 거울은 차갑고 평범한 유리였다. 하지만 거울 속 그 얼굴은 움직이지 않고 계속 날 보고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홀로 있는 원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거울 속 얼굴이 웃기 시작했다. 뭔가 비웃는 듯한, 차갑고 음산한 웃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봤을 때, 그 얼굴이 나보다 좀 더 늙은 듯한, 낡은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머리는 단정치 못하게 흩어져 있었고, 눈은 유난히 크고 깊게 파여 있었다. 나는 이내 머릿속에 기억나지 않는 어떤 옛날 얘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얼굴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려는 듯 거울 속에서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침묵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울 속 얼굴은 사라지고 내 얼굴만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찰나, 방 안에 이상한 냄새가 번졌다. 오래된 습기 섞인 냄새와 누군가 숨을 죽이고 숨 쉬는 듯한 느낌.
나는 거울을 가리고 불을 켰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두컴컴했고,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밖에 없었다. 몸이 떨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으로 거울을 찍어봤다.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사진 속에는 분명 내 얼굴 뒤에서 누군가 검은 머리칼과 흐릿한 형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는 장난이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날 이후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혼자 있기 무서워졌다. 텔레비전 소리나 대화 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하루 종일 기분 나쁜 기운이 계속 감돌았다. 친구에게 이야기했지만, 다들 웃으며 ‘너 피곤하구나’라고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은 거울 앞을 지나가는데, 잠깐 눈을 뗀 사이에 거울 속 얼굴이 다시 나타나는 걸 목격했다. 그 얼굴은 이번엔 내게 무언가 말을 걸려는 듯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듣지 못했고, 나는 거울을 급히 닦으며 ‘그만하자’고 혼잣말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원룸 자리가 오래전부터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고, 과거에 그 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거울은 그냥 거울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후로 아예 화장실 거울을 떼어내고, 집을 옮길 생각만 했다.
가끔 밤에 혼자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낯선 얼굴이 사라질 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얼굴은 나와 닮은 듯하지만, 절대 내 일부가 아니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원룸의 화장실 거울 속에는 아직도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