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가까이 다가오는 낮은 속삭임
며칠 전부터 시골집 근처에서 이상한 낮은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겠거니 하며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그 속삭임은 점점 더 또렷해졌고, 마치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시골집은 산골짜기에 있어서 밤에는 온통 고요한 편이다. 그래서 작은 소리도 평소보다 크게 들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었다. 속삭임은 명확하게 '여기 있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창밖을 내다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친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낮에도 그 소리가 들렸는데, 특히 해가 질 무렵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중적으로 들렸다.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시골에는 그런 게 많다"라며 웃어넘겼지만, 나만큼은 그저 웃을 수 없었다.
갑자기 문득, 어릴 적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부터 우리 동네에는 ‘산귀신’이란 존재가 있어서 외지인을 부른다는 전설이었다. 그때는 그냥 신기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 속삭임을 들으니 그게 무서워 보였다.
다음 날, 속삭임의 근원이 궁금해서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산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그 소리는 더 또렷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풀벌레 소리도,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도 아닌 분명한 사람이 내뱉는 듯한 목소리였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자 다시 속삭임이 시작됐다. 이번엔 더욱 가까이서 들려서 문밖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뛰는 속도도 빨라져서 얼른 불을 켰다. 그런데 창문 너머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까만 어둠만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밤 이후 나는 시골집에 혼자 머무는 걸 극도로 꺼렸다. 속삭임은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목소리는 점점 더 애절해졌다. 가끔은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왜 나를 찾는 걸까?' 하는 공포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친구에게 SOS를 보냈다. 그 친구가 와서 같이 있었는데도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도 그 소리를 듣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자기를 두려워했다. 그때부터 우리 둘 다 시골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동네 노인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속삭임은 오래전 이 마을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목소리일지도 몰라. 그들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중이야.”라는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도 그 시골집 근처를 지나가면 가끔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나는 그 소리가 나를 부르는 건지, 아니면 경고하는 건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저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