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가 자기 자리 몰래 사용한 걸 알게 된 날
출근하자마자 내 자리에 앉으려는데, 뭔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 책상 위에 내 개인용 컵도 없고, 노트북도 없었다.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 자리에서 내가 쓰던 물건들이 하나도 없고, 대신 회사 동료 민수가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 이거 내 자리야”라고 말했는데, 민수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아, 오늘 일이 좀 많아서 자리 좀 빌렸어. 금방 비울게”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뭔가 마음이 찜찜했다.
그날 하루 종일 민수는 내 자리를 번갈아 쓰면서 업무를 봤다. 내 자리에서 일하는 게 익숙한 사람처럼 보여서 웃기기도 했지만, 역시 내 공간이 훼손된다는 느낌이 들어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내가 다른 자리에서 잠깐 일하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민수는 아예 내 자리 앞에 쭉 앉아 있었다. “잠깐만, 왜 완전 내 자리처럼 쓰고 있냐”라고 물었더니, 민수가 쭈뼛거리며 “회의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여기 앉는 게 낫겠더라”라고 변명했다.
사실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내 자리가 조용한 편이고 집중하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자리를 옮기는 건 좀 무례한 행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크게 뭐라 하지 않고도 속으론 점점 불편함이 쌓여갔다.
퇴근 후, 동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민수가 내 자리를 자주 쓴다는 소문이 은근히 퍼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다들 “민수야, 네 자리도 있는데 왜 거기 앉아?”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민수는 그런 얘기를 듣고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날 이후로 내 자리에 민수가 있는 걸 발견하면 일부러 말을 걸거나 자리를 비워달라고 했다. 그런데 민수는 자꾸 넘기기도 하고, 나중에는 내가 직접 팀장에게 말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팀장도 상황을 듣고는 민수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원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곳이라 어느 정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긴 하니까. 그런데 최소한 허락은 구해야 한다는 내 마음도 이해받고 싶었다.
며칠 지나면서 민수도 조금씩 내 자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자리 쓸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고, 나도 뭔가 서로 이해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조금 풀렸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도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생길 수 있구나 싶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내 공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자리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 깊게 깨달았다. 단순한 자리 하나였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내 일상의 일부와 마음이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 날이었다.
그 후로는 자리를 넘어선 작은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 각자의 공간뿐 아니라 마음까지 존중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란 걸 느끼게 된 직장 동료가 자기 자리 몰래 사용한 걸 알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