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로비에 홀로 앉아있는 낯선 노인
병원 로비에 홀로 앉아있는 낯선 노인이 있었다. 그날 나는 평소처럼 병원에 들러 친척 면회를 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흰 머리에 주름진 얼굴, 하지만 뭔가 비범한 느낌이 들었다. 병원 로비가 그리 넓지 않은 데다, 주말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노인은 한곳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어쩐지 자꾸 시선이 갔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마치 오래된 그림자처럼 그 자리에 고착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노인을 바라봤다.
그때 한 간호사가 급히 지나가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노인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간호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저기... 저 분은 자주 여기 앉으시는데,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뭔가 찝찝함이 밀려왔다.
노인은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순간, 로비 한쪽 구석에서 들려오는 낮은 속삭임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다시 노인을 쳐다봤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눈동자가 깊은 밤 바다처럼 캄캄하고 텅 비어 보였다.
다음 날도 병원에 갔는데 그 노인은 여전히 같은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군가가 그 옆자리에 사진 한 장을 살며시 올려놨다. 사진에는 오래된 흑백 가족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그 노인의 젊은 시절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사진 속 인물들이 모두 희미하게 흐릿해 보여서 조금 소름 끼쳤다.
나는 사진을 몰래 들여다보려다 직원에게 발각될까봐 얼른 자리를 떴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병원 로비는 끝없이 이어졌고, 노인은 끝없이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것 같았다. 그가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듯했다.
꿈에서 깬 후에도 그 노인의 얼굴과 사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혹시 그는 이 세상에 남겨진 누군가를 찾으러 온 것일까? 아니면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한 페이지를 붙잡고 있는 걸까?
며칠 후 다시 병원에 갔을 때,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진도 사라져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그 노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날 이후로 그 병원 로비를 지날 때마다 그 낯선 노인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가끔은 그가 아직도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어쩌면 병원 로비라는 그 공간 자체가 그를 붙잡아둔 곳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