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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현관문 앞에 쌓여 있는 신발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

2026-04-21 20:29:18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현관문 앞에 쌓여 있는 신발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내가 신발을 대충 놓고 깜빡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밤, 분명히 네켤레가 있었는데 아침에 보니까 두켤레밖에 없었다. 이상해서 CCTV를 확인해봤지만, 아무도 신발을 들고 가는 모습은 안 찍혔다.

그 다음 날도 신발이 또 한 켤레 사라졌다. 이번에도 누군가 일부러 훔쳐가는 걸까 의심했지만, 출입문 기록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 우리 원룸은 전자키로만 출입이 가능해서 외부인이 맘대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복도 CCTV에는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도 없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까 괜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냥 헷갈린 거라고. 하지만 내 눈앞에서 신발이 사라지는 걸 직접 겪었는데 그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현관문 앞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 신발장이 문제일까 싶어 자세히 만져보니 신발장 밑 틈새가 이상하게 좀 넓어져 있었다.

흥미로운 건, 신발이 사라질 때마다 현관문 앞에 놓인 신발들이 특정한 순서로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맨 앞에 놓인 것부터 하나씩 없어지는 게 아니라, 꼭 뒷쪽에 있던 신발부터 사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한켤레씩 '선택'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이 안 와서 현관문 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어렴풋하게 신발장 근처에 사람 그림자가 스멀스멀 나타나는 걸 목격했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다시 봤는데, 그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분명히 내 눈에 어른거린 그림자였다.

그 이후로 신발이 사라지는 횟수는 더 잦아졌고, 어느새 세켤레만 남았다. 나는 그 신발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놓고, 신발장 안쪽도 꼼꼼히 살폈다. 그러다 문득 신발장 밑에 작게 열리는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다. 내부는 너무 좁아서 손만 겨우 들어가는 공간이었다.

그 안에는 몇 백 년은 돼 보이는 오래된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신발은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있는 집주인 사진 속 구두와 똑같았다. 기분 탓인지, 그 신발을 발견하고부터 현관문 앞 신발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나는 그 숨겨진 공간에 신발을 하나씩 넣게 되었다. 마치 그 공간이 신발들을 '보관'하는 곳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신발이 자꾸 사라진 건 단순한 도난이 아니라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 신발들을 수집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어느 날 나는 그 숨겨진 공간 앞에 조용히 서서 속으로 말했다. "더 이상 신발을 가져가지 말아 줘." 그날 밤, 집 안에서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들어온 적 없는 집안에서 말이다. 그 발자국은 현관문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다 멈췄고, 그 자리엔 신발들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재도 나는 그 공간을 잘 닫아두고 있지만, 가끔 밤이 깊을수록 내 신발장에서 누군가 조용히 신발을 꺼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그 존재는 우리가 신는 신발과 어떤 이유로든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신발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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