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실에서 들리는 이유 모를 전화벨 소리
깜깜한 병실 안, 갑자기 낯선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분명히 내 침대 옆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간호사 호출벨인 줄 알고 무심코 무시했는데, 계속해서 같은 벨소리가 반복되었다.
잠시 후, 옆 침대에 누워 있던 할머니가 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여기 전화기가 없는데 저쪽에서 들리더라고"라고 말했다. 정말 아무도 병실 안에 전화기를 들여놓은 적이 없었기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나는 혹시 병원 무선기나 다른 기기에서 나는 소리는 아닐까 확인해봤지만, 아무 기기도 울리지 않았다. 간호사들도 와서 확인했지만 똑같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때부터 벨 소리는 하루에 몇 번씩 규칙적으로 울렸다.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그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병실 안 불빛이 잠시 깜빡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불안한 느낌이 점점 커졌다. 다른 병동에 있던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병동 병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마치 병원 전체에 퍼진 의문의 전화벨 소리 같았다.
몇몇 환자들은 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병실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간호사 말로는 병원 기록에도 이상한 전화벨 현상에 대한 클레임이 꽤 많아졌다는데 병원 측도 특별한 해답은 없다고 했다.
어느 날 밤, 나도 벨 소리가 울리는 순간 TV를 켜 놓았는데 그 벨소리와 동시에 TV 화면이 잠시 노이즈가 낀 듯 일그러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혹시 이게 무슨 신호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휴대폰으로 녹음도 해봤지만, 벨소리가 불규칙하고 희미해서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벨 소리 직후에 병동 복도에서 낡은 전화기 모양 소품이 누군가 만든 듯 놓여 있던 걸 발견했다. 분명 그날까진 없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전화기 소품 자체도 벼랑 끝에 있는 듯한, 오래된 느낌을 주면서도 자세히 보면 제작자 이름 같은 게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전화기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병실 안을 훑고 지나갔고, 그 순간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그 소리는 점점 더 멀리서 울리는 듯했다가 사라져버렸다. 그 뒤로 더 이상 전화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퇴원하고, 나도 어느새 그곳을 떠났지만 가끔 잠든 뒤 꿈속에서 그 전화벨 소리가 다시 울리는 걸 듣곤 한다. 말할 수 없는 누군가가 아직도 그 전화기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