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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은 층에 도착했을 때

2026-04-22 16:29:15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내가 누르지도 않은 7층 불이 켜져 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누른 버튼이랑 도착하는 층이 정확히 맞았는데, 그날따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벽에 붙은 버튼판에서 손도 대지 않은 7층에 멈춘 거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가 먼저 탄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아무도 안 타고, 주변을 봐도 그 층에서 막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버튼들을 확인해 봤지만, 내가 누른 층 버튼들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래서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이번엔 7층이 아닌 5층이었다. 근데 5층 역시 내가 누르지 않은 층이었다. 그 사이 버튼판이 살짝 흔들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불빛도 미묘하게 깜빡이는 듯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는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상하게도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 이러지? 누가 장난치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는데 반응하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몇 초간 정적이 길게 이어졌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신기하게도 통화가 안 됐다. ‘통신 장애인가?’ 싶었는데, 밖에 나와서 확인해 보니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전화가 잘 터진다. 오히려 내 기기만 이상한 거였다.

불안한 마음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보니, 희미하게 불이 들어왔다 꺼지는 층들이 있었다. 클릭한 적 없는 층인데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차원에서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침내 1층에 도착했을 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무도 없었다. 근데 그때 뒷머리가 서늘해지면서 누군가가 ‘탈출구가 여기 아니야’라는 속삭임 같은 음성이 아주 작게 들렸다.

그후로 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버튼이랑 도착 층이 일치하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그리고 가끔씩 누르지도 않은 층에서 멈출 때마다 그 음성이 다시 생각나서 몸이 굳는다. 혹시 그 엘리베이터가 내가 모르는 차원으로 연결되는 문인 건 아닌가 싶다.

가끔 내 친구들은 “그냥 오작동 아니냐” 하고 웃지만, 나는 그 순간만큼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는 걸 느낀다. 왜냐면 버튼 하나 누르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멈춘 그 층들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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