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무인 계산기에서 들려오는 낮은 속삭임
어제 밤에 편의점에서 무인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었어. 계산 다 끝내고 카드 긁으려는데 갑자기 기기에서 아주 낮고 희미한 속삭임 같은 소리가 들린 거야. 처음엔 주변 소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집중해서 귀 기울이니까 분명히 그 작은 기계 안에서 누군가 말을 하는 것 같았어.
그 속삭임은 무슨 주문 같은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아주 조용한 목소리였어. “여기서 기다려.” 그 말이 반복되는데, 계속 듣다 보니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이상하게 불안해졌어.
주변에 사람도 없고, 계산기 소리 말고는 아무런 전자음도 없이 그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렸거든.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직원은 분명히 계산대 뒤쪽에서 점원 일이 바쁘고, 나만 이상한 소리를 듣는 것 같았어.
나는 혹시나 해서 화면을 다시 봤어. 평소처럼 결제 진행 중이었고, 화면에는 아무 이상한 문구도 없었어. 그런데 그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어.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라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인간 목소리였고, 차분한 듯하면서 날 한참 바라보는 것 같았어.
그때 갑자기 계산기 화면에 글자가 하나씩 천천히 떠올랐어. “돌아가지 마... 아직 여기 있어.” 나는 순간 뒤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편의점 문이 밖에서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어.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지만, 우선 결제를 마치려고 카드를 기계에 대려고 했는데, 이번엔 카드가 전혀 인식이 안 됐어. 기계가 멈춘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반응이 없는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공포가 올라오는 걸 느꼈어.
그때 갑자기 속삭임이 바뀌면서 조금 더 또렷해졌어. “너도 선택받았어. 조용히 기다려야 해.” 그 말에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지. 바로 계산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는데, 바깥은 유난히 조용했어. 밤 11시 넘은 시각이었지만, 평소보다 더 적막했어.
나는 편의점 문을 닫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어. 집에 도착해서도 무인 계산기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 혹시 누군가가 고장 난 기계에 뭔가를 심었나, 아니면 내가 뭔가 이상한 걸 본 걸까?
오늘 아침에 같은 편의점 앞을 지나면서도 무인 계산기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어.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속삭임이 가끔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 들어서, 다시 계산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때 그 소리가 정말 누군가의 경고였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착각이었는지,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