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좌석에 남겨진 잊힌 유아용품
그날 밤, 나는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에서 벗어나 택시를 탔다. 피곤함에 눈이 절로 감길 무렵, 문득 뒷좌석에 무언가 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작은 유아용품이었다. 누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이 물건을 놓고 내렸을까? 순간 마음 한켠이 이상하게 무거워졌다.
택시기사는 나를 내려주고 아무 생각 없이 뒷좌석을 정리하려다 발견한 거라 했다. 작은 담요에 싸여 있는 아기 장난감과 젖병,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이 함께 있었다. 사진 속에는 분명 어린 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뭔가 급하게 집을 나선 듯, 애처로운 표정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택시기사는 이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려 애쓰고 있었지만 밤이라 연락처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그날 바로 근처 어린이 보호 시설에 연락을 해봤다. 그러나 그런 분실 신고는 들어온 게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그곳 직원은 “요즘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나는 유아용품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밤새 그 유품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작은 젖병을 누가, 왜 잊고 갔을까. 혹시 아이가 곁에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버려진 건 아닐까. 궁금증이 점점 쌓여갔다.
다음 날, 나는 다시 택시를 불러 그 유아용품이 놓였던 자리와 주변을 자세히 봤다. 분명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두고 내린 흔적 같았다. 택시기사는 “손님이 내릴 땐 항상 확인하는데, 이번엔 뭔가 달랐다”며 조금 불안해했다. 그래도 그는 단지 뭔가 잊고 간 것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택시 운전 기사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다짜고짜 “아이를 돌려줘라”는 음성 메시지만 남기고 끊겼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무서워져 결국 그 유아용품을 경찰에게 넘겼다. 경찰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물품 속에서 발견된 사진과 몇 장의 편지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편지에는 “내 아이, 미안해.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아이를 찾아가려 했던 절박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작은 물건들이 실제 아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찾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전, 그 택시에 또 비슷한 유아용품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혹은 사라진 아이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물건을 남기는 듯했다. 택시기사는 이제 그 뒷좌석을 지날 때마다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택시 뒷좌석에 잊힌 유아용품은 누구의 것인지, 진짜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밤, 작은 물건들이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만이 아스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물건들을 지나칠 때마다, 혹시 누군가의 절절한 기다림과 애달픔도 함께 지나쳐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