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끝에서 마주친 빈 병실의 창문
병원 복도 끝에서 마주친 빈 병실의 창문, 그날 이후로 계속 떠오른다.
야근이 끝나고 복도를 따라 조용히 걸어가던 중이었다. 문득 복도 끝에 있는 한 병실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커튼이 쳐져 있어야 하는데, 그날따라 커튼이 활짝 걷혀있었다. 이상하게도 병실 안은 텅 비어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그 병실 앞을 지나칠 때, 창문 너머로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자세히 봐도 사람이 없는데, 그 시선은 너무 생생했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다시 앞을 보니 병실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얼굴 같은 게 스쳐 지나갔다.
놀란 나는 서둘러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날 밤 내내 그 창문에 비친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 병원에 일찍 출근해 병실 기록을 찾아봤지만, 그 방은 한 달째 아무 환자도 입원하지 않은 빈 방이었다. 대체 내가 본 게 뭐였던 걸까?
며칠 후, 그 복도를 다시 걷게 되었다. 병실 앞에 다다랐을 때, 이번에는 창문에 내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그런데 그 반사된 내 얼굴 뒤로 또 다른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내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그 그림자도 움직였고, 점점 얼굴 형체가 또렷해졌다.
손이 떨려서 사진을 찍어보려고 폰을 꺼냈지만,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화면은 계속 깜깜했고,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니 병실 창문 너머의 얼굴이 화면 중앙에 선명히 떠 있었다. 순간 두려움에 폰을 내려놨다.
소문에 따르면 그 병실에서는 예전에 환자가 급작스럽게 숨졌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병실을 비워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병실 앞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누군가 뒤를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였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 병실 창문 너머에서 본 모습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존재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뒤, 병원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친구도 그 병실 앞을 지날 때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느꼈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두 사람 모두 병실 안에서 움직임을 본 적은 없었다. 오직 창문 너머에서만 존재감을 느꼈다고.
지금도 그 병실 앞을 지나가는 길에,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건 스스로를 위한 작은 약속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창문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그날 이후로 병원 복도 끝, 그 빈 병실의 창문을 절대 바라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