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가구에서 발견한 오래된 일기장
중고거래로 산 가구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 딱히 기대 없이 산 낡은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안쪽에서 낡은 종이 뭉치가 튀어나오더라. 호기심에 펴봤는데, 그게 누군가의 오랜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은 겉보기에는 80년대쯤 되어 보였다. 표지는 이미 색이 바래고, 종이도 누렇게 변색돼 있었는데, 글씨체는 또렷하고 섬세해서 첫 줄부터 읽는 내가 그 시절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평범한 청년의 일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좋아하는 영화 얘기, 가끔 가족과의 다툼 같은. 그러나 어느 부분부터인가 내용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일기장 주인은 자꾸 자기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고 적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벽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난다”는 식의 문장들이었다. 문장마다 점점 불안한 마음이 묻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그림자’가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상상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그림자’는 점점 모습을 구체화했고 심지어 그에게 말을 걸었다고 했다. 일기장을 읽는 내 손이 얼른 멈출 법도 했는데, 계속 눈이 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이 그 ‘그림자’에게 무언가를 바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었다. ‘오늘은 책 몇 권을 바쳤다’, ‘내일은 사진을 바치려고 한다’ 같은 문장들이었다. 점점 미쳐가는 것 같은 그의 심경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지막 몇 장에서 일기장은 갑자기 끊겼는데, 뒤에는 누군가가 급하게 쓰고 지운 듯한 낙서가 있었다. “떠나야 한다. 이 집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이 한 줄이 너무 짧은데도 내 머릿속에 계속 떠돌았다.
그날 밤, 나는 그 책상을 치우면서도 자꾸 서랍 속에서 뭔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혹시 그 ‘그림자’가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중고거래는 늘 조심해야 한다더니, 이번 일로 더 실감했다. 누군가의 오랜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는 물건을 산다는 게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말이다. 아직도 그 일기장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씩씩거리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무심코 건네받은 물건 속에 누군가의 삶과 비밀, 그리고 미완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일기장도 그냥 오래된 종이뭉치가 아니라, 아마도 그 방의 어둠을 품고 있는 무언가였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