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 근무자가 본 손님 없는 계산대 움직임
그날도 평소랑 다름없이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는데, 갑자기 계산대 쪽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거다. 처음엔 바람 소리인가 싶었는데, 주변도 조용하고 문도 잠겨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계산대 쪽을 봤는데, 그때 정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계산기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 모양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던 거다. 사람이 아님은 분명한데 마치 누군가 계산을 하려는 것 같았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소리는 계속됐다. 계산대 위에 놓여있는 페트병이 조용히 굴러가더니, 가격 표시기 숫자가 스르르 바뀌는 게 보였다. 이쯤 되니 내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찼다. 혹시 CCTV에 이상한 게 찍히면 어떡하지, 괜한 소리 듣고 혼자 겁먹는 건 아닐까.
근처에 있는 카운터 의자에 앉아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한참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계산대는 혼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편의점 문은 분명히 잠겨 있었으니 손님이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때 모니터에 무언가 영상이 잡혔다. 화면 속 계산대는 그대로인데, 갑자기 한 손이 나타나 계산기 버튼을 툭툭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보는 현실에서는 그런 손이 안 보였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뭔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여기 있는 걸까.
그 후로도 며칠간 야간 근무를 했지만, 그 현상은 한 번 더 나타났다. 계산대 앞에 선 채 안 보이는 누군가와 상호작용하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더 이상 참기 어려워 손에 휴대폰을 들고 녹음과 촬영을 시도했지만, 정작 기기에는 아무 이상한 점이 잡히지 않았다.
동료한테 얘기했더니 얼른 그 편의점 옆길에 있던 오래된 폐가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때 그 집에서 주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이후 주변에선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단다. 아마 그 집에서 뭔가가 넘어왔거나, 그 영혼이 계산대 쪽으로 발을 내딛은 게 아닐까 하고.
사실 그 말을 듣고도 쉽게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시 계산대에서 손님 없는 야간에 겪는 그 묘한 사건들을 생각하면, 단순한 우연이나 착각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편의점의 조명이 깜빡일 때마다 계산대 뒤의 공간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최근엔 다른 직원들도 야간 시간대에 계산대 주변에서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들 자꾸 그 시간만 되면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서 일하려 한다. 나 역시 그 불편한 기운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날 이후로 나는 편의점 야간 근무를 나설 때마다 계산대 뒤에 누군가 있을까 봐 조심하게 됐다. 아직도 가끔 그 손님 없는 시간에 계산대가 혼자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와 마주하는 게 늘 두렵지만, 이상하게도 그 현상을 피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손님 없는 계산대는 그냥 계산을 끝내지 못한 누군가의 미완성된 주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걸 매일 밤 마주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