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실에 홀로 남았을 때 들린 아이 웃음소리
병원 병실에 홀로 남았을 때였다. 밤 11시쯤, 가족들은 모두 돌아가고 나 혼자 병실에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멀리서 아이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창밖에서 지나가는 아이들이 놀고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웃음소리는 점점 병실 안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방은 엄청 조용한데, 그 웃음소리는 분명 내 귀에만 들리는 듯했다.
‘기분 탓이겠지…’ 하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가끔은 웃음 뒤에 발자국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병실 문 쪽에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득 불안한 마음에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복도도 완전히 텅 빈 듯 조용했고, CCTV 화면도 어느새 꺼져 있었다. 이 병원이 그렇게 무인 상태가 된 건가 싶어 한참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도 안 왔다.
나는 숨을 고르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또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랑 놀래?” 하는 아주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이 깜깜해질 것 같아 핸드폰 손전등을 켰는데, 병실 코너에 작은 그림자가 스르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것도 아이 키보다 훨씬 작고 얇은 형체였다.
너무 무서워서 침대 밑으로 숨으려 했는데, 웃음소리가 갑자기 딱 끊겼다. 그리고 나서 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고, 그 순간 문 틈 사이로 은은한 어린이 노랫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노래는... 왠지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 같았다.
나는 그 노래에 이끌려 병실 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가 휙 불어오면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웃음, 노랫소리, 심지어 내 심장 뛰는 소리마저도.
그때 뒤돌아 침대 쪽을 보니, 환한 미소를 띤 아이의 얼굴이 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희미하고 투명해서 어쩐지 가까워지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아이가 “다음에 또 올게”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아이는 천천히 사라졌다. 그 후로 병원에 혼자 남게 되면 아이 웃음소리는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가끔 그밤에 들었던 그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맴돌 때면, 그 아이는 과연 누구였을까, 왜 나한테만 인사를 건넨 걸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